우리는 오랫동안 원자력발전(이하 원전)이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믿어왔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절감하고, 현재와 미래 에너지비용을 감축하며,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고, 지금 대규모 실용화가 가능한 유일한 에너지시스템이 원전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군용 원자력잠수함 기술이 민수용 원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기술적 미완성이라는 한계는 간과되었다. 사실 원전경쟁력은 핵폐기물 영구처리나 폐로 관련비용을 무시하거나 최소화하고, 안전성과 무관하게 가동률을 최대한 보장하는 등 여러 불공정한 전제조건, 즉 '숨겨진'비용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전에 대한 믿음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심하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원전환상에서 빠져나왔다. 2004~2011년 사이에 세계원전 폐지용량은 신규 건설용량보다 훨씬 많다. 중국과 우리나라 등 신흥 산업국들의 원전건설 붐을 고려하면 선진국들은 이미 신규원전건설에서 손 떼기 시작한 셈이다.
여기에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최근 셰일 가스 등 새로운 가스자원의 대량 확보와 신에너지기술혁신으로 원전건설 필요성이 급감하고 있다. 작년 세계 풍력발전건설(41.2Gw)이 신규원전(27.3Gw)보다 50%나 많았다. 이러한 여건 아래 여러 나라에서 원전의 '숨겨진' 비용에 대한 재검토를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정부윤리위원회가 원전을 신재생으로 완전 대체해도 전력요금 상승은 Kwh당 0.01유로에 지니지 않고, 이로 인한 독일가계의 전기료 부담증가는 1년에 3유로(4,500원)에 불과하다고 검증한 후 발전의 22%를 담당하는 원전을 2022년까지 완전 폐기를 결정하였다. 이런 독일의 사례는 2034년 원전 완전폐지를 결정한 스위스, 지난해 육상풍력이 원전보다 저렴하다는 것을 공인한 영국 등지로 급속히 파급될 것 같다. 심지어 프랑스 사회당은 대선 승리 시 현재 75%인 원전발전비율을 50%로 낮출 것을 공약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심계원(Court of Auditors)이 2020년 원전 발전비용(Mwh당 70~90유로)이 대체전력보다 낮지 않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신규원전건설이 전무하였던 미국은 풍부한 셰일가스 생산으로 인한 천연가스 가격급락으로 원전경제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재 미국 가스가격은 100만BTU당 2달러 이하 이다, 이는 지난 6개월 60%쯤 내려 10년 이래 최저수준이다. 우리나라 평균 도입가격의 5분의 1 수준이다. 더욱이 많은 전문가들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국 전력기업들은 정부가 전략적 목적 아래 경제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원전건설 필요성은 없다고 한다. 가스가격이 두 배로 오르고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25달러 이상이며 정부지원이 보장되어야 원전경제성이 생긴다는 업계분석도 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발전원가검증위위원회를 통해 원전의 안전보강투자비, 40년 주기 사고수습비용, 석탄 등 화석연료발전의 기후변화대책비용과 신재생을 포함한 모든 발전기술혁신효과(마이너스 요인) 등 숨겨진 비용을 평가하였다. 이 결과 2030년 원전발전단가는 Kwh당 8.9엔(134원) 이상이었다. 중대사고수습비용은 집계가 곤란하기 때문에 최저 피해·복구비만 감안한 것이다. 이에 10엔 수준의 확정 값을 가진 석탄과 가스발전, 기술혁신효과로 그 비용이 점차 하락하는 대체전원과의 장기 경쟁력이 의심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이 결과 일본은 단기 제한송전위험을 감수하고 원전가동중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원전경제성은 기존 경수로기술의 숨겨진 비용 반영수준과 천연가스 시장동향에 달려있다. 죽은 줄 알았던 '원전, 화장실 없는 호화주택'이론이 되살아나고 있다. 수명 시한이 다가 오는 원전비율이 높아질수록 이 이론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이제는 우리도 검증해야 하지 않는가.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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