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인간사 거기서 거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인간사 거기서 거기

입력
2012.04.25 11:01
0 0

봄비가 장맛비처럼 내리던 날, 작정하고 옷장 정리를 했다. 옷장에 개어져 있던 두터운 스웨터며 행어에 걸려 있던 외투를 하나하나 꺼내 마루 한 구석에 쌓고 보니 순식간에 옷으로 다져진 작은 뒷동산 하나 완성되는 듯했다. 이 가운데 내가 입은 옷은 과연 몇 개나 될까.

고백건대 한동안 옷에 정신 줄 놓던 시절이 있었다. 내 스타일도 아니면서, 심지어 내 사이즈도 아니면서 보는 족족 사들인 옷이 담긴 쇼핑백을 열흘 넘게 소파 위에 놓아둔 채 열어보지 않은 날도 부지기수이곤 했다. 누구 말마따나 왜 이러는 걸까요, 왜 나는 입지도 않을 옷을 사느라 시집가면 소박맞기 딱 좋을 헤픈 씀씀이를 자랑하는 걸까요.

몇 년 전 '화성인 바이러스'란 프로그램으로부터 출연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케이블 방송을 몰랐으므로 자연스레 그게 뭔데요? 라는 반문을 던졌던 터, 당황한 듯 작가는 이랬었다. 다른 시인들과는 조금 다른 시를 쓰신다고 들어서요. 검색을 해보니 우리와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화성인이라 부른다나.

다시보기를 통해 만난 화성인들은 좀 별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지구인으로 돌리기 위한 어떤 작전의 일환으로 설득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왜? 저마다의 방에 CCTV를 달았다고 했을 때 삶의 어느 한 부분씩은 화성인으로 별스럽게 엿보일 테니 말이다. 내게 옷이 그러듯 코를 파면 꼭 씹어 삼키는 네가 그러듯.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