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대표적인 중견 이명세 감독과 '해운대' 등을 만든 제작사 JK필름의 갈등으로 촬영이 중단된 블록버스터 '미스터 K' 사태가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번지며 표류를 계속하고 있다. JK필름이 이 감독의 하차를 기정사실화한 것에 대해 이 감독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스터 K'는 설경구 문소리 등이 출연하는 코믹 첩보물로, 충무로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JK필름은 이 감독의 초기 촬영분이 당초 시나리오와 다르다며 지난 6일 촬영을 중단시켰다. 이 영화의 총 제작비는 100억원으로, 이미 30억원이 쓰였다.
이 감독은 25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언론보도와 달리) 난 물러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감독 교체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것이 없다"며 "언론 보도를 통해 JK필름이 나를 강제 하차시키려 하고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몇몇 온라인 매체들은 JK필름의 말을 빌려 '이 감독이 하차를 결심해 새 감독을 물색 중이고 영화 제목도 '협상 종결자'로 바꿀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감독은 JK필름에 대한 불신과 서운함도 내비쳤다. 그는 "(갑작스러운) 촬영 중단 통보도 무례한데 JK필름이 감독 교체를 동시에 진행했다. 정말 평생 없던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촬영 현장에도 (JK필름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이 왔었고 아무런 불만 표시도 없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윤 감독이 코미디를 맡고 내가 액션만 하겠다며 무릎을 꿇는 식으로 제의를 했는데도 나는 안 된다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고도 밝혔다.
JK필름은 감독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길영민 JK필름 대표는 "이 감독이 지난 21일 오후 5시쯤 대승적인 차원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위로금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연출료 잔금을 위로금으로 생각했는데, 이 감독님은 그 두 배를 요구했다"며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감독이 하차 발언을 번복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감독과 윤 감독이 25일 저녁 만나 여러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스터 K'의 제작 중단 파문을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감독과 제작사의 권한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의 재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가 충무로를 장악한 현실에서 제작사의 연출 간여를 둘러싼 충돌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영화인은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의 간섭 정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중시하는 이 감독과 100억원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도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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