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형 이맹희씨에 대해 또다시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전날 이맹희씨가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탐욕이 소송을 불렀다"고 비난하자, 이 회장은 "그는 우리 집안에서 퇴출된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은 24일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하던 길에 기자들과 만나 옛 가족사까지 거론하며 이맹희씨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 그 양반은 30년 전에 나를 군대에 고소를 하고, 아버지를 형무소 넣겠다고 청와대 그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한테 고발을 했던 양반"이라면서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이러지만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이 사람이 제사에 나와서 제사 지내는 꼴을 내가 못 봤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맹희씨와 함께 상속재산 반환소송을 낸 누나 이숙희씨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결혼 전에는 아주 애녀(예쁜 딸이었다는 뜻)였다. 근데 금성(현 LG)으로 시집을 가더니 같은 전자동업을 한다고 시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우리 집에 와서 떼를 쓰고 이런 보통 정신 가지고 떠드는 정도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숙희씨는 고 구인회 LG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현 아워홈회장)씨와 결혼했다.
이 회장은 맹희ㆍ숙희씨의 재산상속문제도 이미 끝난 사안임을 거듭 강조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생전에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 아니다 하고 내친 자식이고, 숙희는 '내 딸이 이럴 수 있느냐. 니가 그렇게 삼성전자가 견제가 된다면 삼성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하셨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전날 이맹희씨가 자신에 대해 '탐욕' '어린 애 같다'는 표현까지 쓰자, 이처럼 격앙된 감정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기본적으로 이맹희씨에 대해 '삼성이 지금처럼 세계적 기업으로 크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자기 몫을 챙기겠다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맹희씨가 '삼성을 누가 이끌지 걱정이다'고 언급한 건 사실상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지칭한 것이어서, 이 회장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맹희씨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관계자는 "이 회장의 발언을 이맹희씨 측에 전달했다. 아직은 별 말이 없지만 추가대응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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