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등 대선 후보 경선 룰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非朴) 진영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진영은 "과거 경선 룰 때문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탈당한 적이 있지 않느냐"면서 박 위원장의 2002년 탈당 경력까지 거론하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했다. 이에 친박계는 "경선 때마다 룰을 바꾸자는 것이냐"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김 지사는 24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박 위원장은 이회창 총재가 압도적 대세이던 지난 2002년 경선 룰을 고치자고 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며 "그런 자신의 경험과 요구를 다 잊어버린 듯 말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공격했다. 박 위원장이 전날 "선수가 룰에 맞춰 경기해야 한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다. 김 지사는 이어 "저도 그때 경선의 실무 책임자였는데 박 위원장에게 탈당해서는 안 된다고 만류했다"며 "그런 행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정몽준 전 대표 측도 "누가 당의 후보가 되든지 대선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만큼 박 위원장 스스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들을 이미 다 친박 인사들로 바꿔 놓고 위장 경선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 앞서 김 지사의 발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거기에 대해선 어제 얘기를 다했다"고 말했다. 경선 룰 변경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만큼 재론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친박계도 김 지사의 주장에 발끈했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지사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이고 근거 없는 상대 흠집내기"라며 "당시 요구한 경선 룰은 탈당 전에 받아들여졌지만 정치개혁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탈당했고, 그 요구가 받아들여져 복당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어 "룰의 유불리를 따져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고쳐 유리하게 만든 후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공정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하다"며 "요행을 바란다는 것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재원 전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완전국민경선이 오히려 민의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동원선거 때문에 구청장이 자살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가세했다.
이런 가운데 친박 내 일각에선 경선 흥행을 위해 비박 진영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 인사는 "완전국민경선 도입은 어렵지만 여론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향의 룰 개정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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