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이모 전 대표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2007년 대선 당시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데 돈을 사용했다"고 언급함에 따라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선 자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적잖은 규모의 대선 자금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마련해 어디에 사용했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 및 대선을 지근 거리에서 도운 친이계 인사들은 24일 대체로 "자비나 지인에게 빌린 돈을 썼지, 위로부터는 10원도 받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돈 부분은 알 길이 없다"(A의원) "돈 문제는 일부 '어른'들이 알아서 했다"(B의원) "자금 출처나 용처 등은 아는 바 없다"(C의원) 등의 언급을 했다. 대부분 "돈 문제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특정 인사들의 역할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선 자금은 이 후보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최측근인 최 전 위원장 및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등 원로 그룹에서 관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정치권에서도 이들이 자금 통로 역할을 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기업 임원 출신인 이 의원은 주로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이 당시 나돌았다"며 "최 전 위원장과 천 전 회장 등도 비슷한 방법으로 자금을 동원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옛날처럼 위에서 자금을 모아 뿌리기 보다는 최 전 위원장 등이 각자 필요한 만큼 돈을 모은 뒤 자신이 맡은 영역에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캠프에 참여한 선거 관계자들도 각자 사재를 출연하거나 지인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에 대선 후보 경선 비용으로 21억여원, 대선 비용으로 327억여원을 신고했지만 실제 들어간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또 '경선이 곧 본선'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당시 박근혜 후보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점을 감안하면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500억원 이상 쓰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최 전 위원장 도 "대선 때 돈 쓸 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됐을까. 일단 최 전 위원장 말대로 여론조사 등 홍보전에 상당액이 사용됐을 수 있다. 한 의원은 "최 전 위원장이 여의도 D빌딩에 직접 콜센터를 차린 뒤 사람들을 엄청 모아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선거인단 18만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도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 캠프로선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지방 및 직능 조직표에도 공을 들여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여기에도 적잖은 돈이 필요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정치권 일부에선 "경북 출신 P씨, 호남 출신 K씨 등 캠프 인사들이 옛날 방식으로 지방 조직 잡기에 나섰고 2007년 봄ㆍ여름이 지나자 조직이 쏠렸다"는 주장이 있다. 이밖에 경선 과정의 투표권자인 당원들을 상대로 한 홍보 과정에서도 적잖은 자금이 소요됐을 수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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