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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민자사업의 허와 실] <3·끝> 대안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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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 민자사업의 허와 실] <3·끝> 대안이 뭔가

입력
2012.04.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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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크 큰 '수익형'민자 탈피해 더뎌도 '임대형'과 혼합 추진을

용인교육지원청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용인경전철이 불러온 재정파탄을 극복하기 위해 경기 용인시가 지자체 역사상 유래가 없는 긴축재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시가 교육청에 지원해 온 교육환경개선사업비도 내년부터 3년간 전액 삭감된다. 그 동안 교육환경개선은 시 예산 60%에 교육청이 40%를 대응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예산으로 꼭 필요한 학교만 선정해 지원해야 할 상황"이라며 "다른 지역 학교들과 비교해 환경개선 사업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실한 민간투자사업의 대표주자가 된 용인경전철은 '용인의 재앙'으로까지 불린다.

공무원 월급을 깎고, 신규사업을 없애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을 위한 교육예산 마저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여기에 '용인=부실행정'이란 오명을 전국에 알리며 시민들 고개를 떨구게 만들었다.

용인시는 올해 73억2,000만원의 교육환경개선사업비를 시내 초중고 33개교에 지원했다. 이 돈으로 학교들은 강당이나 체육관, 도서관 등을 짓거나 화장실을 개선하고 냉난방시설을 설치한다. 일부 방과후수업도 여기에 기대고 있지만 내년부터 시가 지원하는 예산은 '제로(0)' 이다.

예산에 허덕대는 용인의 학생들은 무상급식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인접한 수원시와 성남시에서는 초등학교 전 학년, 유치원 및 중학교 2ㆍ3학년도 무상급식 혜택을 누리지만 용인에서는 초등학교만 무상급식이 이뤄진다. 시 관계자는 "가급적 학교지원 예산은 지키려 했지만 정부의 지방채 추가 발행 조건이라 삭감이 불가피하다"며 "내년부터 학부모 등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용인경전철은 지자체 재정을 거덜 낼 수 있는 민자사업의 허점을 여실이 드러냈다. 그렇지만 정부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위한 민자사업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해답은 어디에 있을 까. 아이러니하게도 최악의 민자사업 용인경전철이 반면교사다.

시계를 되돌려 용인경전철이 시작된 1990년대로 돌아가보자. 지방자치가 부활한 초기 지자체장은 눈에 확 띄는 치적사업을 찾아 헤맸지만 이를 제어할 지방의회의 역할은 미미했다. 주민들은 재산가치 상승에만 몰두했고, 시민운동도 초기 단계라 지방정부의 전횡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예산이 부족해 민자유치가 필요했던 정부는 예측수요를 뻥튀기해도 눈을 감았다.

세금을 축내는 민자사업을 사전에 제어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독주를 막고 지방의회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요구된다. 또한 시민운동 활성화와 정부의 꼼꼼한 간섭도 필요하다. 특히 민자사업이 추진될 경우 정확한 수요예측은 필수적이다. 김채만 경기개발연구원 교통연구부 연구위원은 "10년 전에 비해 수요예측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도 많이 발전했다"며 "이제는 전문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철저히 분석하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자사업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수익형 민자사업(BTO)와 임대형 민자사업(BTL)만이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됐지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주로 BTO다. 정부가 시설임대료를 대는 BTL에 대해서는 큰 반발이 없었다.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이 낮고 사용료를 시민이 직접 내지 않는다는 이유가 크다. BTO도 재정비율을 지금보다 높이면 사업자는 수익성이 낮아지겠지만 위험부담이 줄게 된다. 자동적으로 시민이 짊어져야 할 사용료 부담도 낮아지게 된다.

정부는 최근 이런 방향으로 민자사업 개선안을 내놓았다. 동일한 시설이라도 분야별 성격에 따라 BTO와 BTL로 나누어 건설하는 이른바 혼합형 민자사업이다. 철도의 경우 노반과 터널 등 토목사업은 BTL로 하고, 차량이나 역사 등은 BTO로 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올 2월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에도 혼합형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 방법 등을 구체화시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률적인 사업방식보다는 혼합형을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BTO(수익형 민자사업:Build Transfer Operate)

민간이 시설을 건설·운영해 직접 수익을 내는 방식. 리스크가 크지만 동시에 수익성도 높음. 도로 철도 항만 등.

●BTL(임대형 민자사업:Build Transfer Lease)

민간이 시설을 건설해 정부로부터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 정부고시사업만 가능. 수익성 낮지만 수익은 안정적. 하수도 학교 등

●혼합형 민자사업:BTO+BTL

한 시설을 성격에 따라 BTO와 BTL로 나눠 건설·운영하는 방식. 기획재정부 올 2월 민자사업기본계획에 반영

●LTL(사회간접자본 장기임대:Long Term Lease>

신설 기반시설 운뎠퓽?민간에 그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유료 기반시설의 장기임대를 통해 신설 기반시설의 재원을 확충하는 방식.

김창훈기자 chkim@hk.co.kr

■ 美의 LTL 방식은/ 민간사업자에 시설 운영권 대신 기존 유료시설 임대 수익권 제공

국내에서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민간투자사업은 민간기업이 비용을 조달하고 해당 시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장기간 가져가는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이 주를 이룬다. 도로와 터널 등 사회기반시설을 정부가 민간에게 위탁해 신설하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동안 민간 사업자가 해당 기반시설에서 수익을 직접 거두게 된다. 논란의 대상인 용인 경전철과 서울지하철 9호선 역시 BTO 방식이다.

민간투자사업이 비교적 투명하게 이뤄지는 미국의 경우 BTO 방식을 채택하기도 하지만 유료 사회기반시설이 늘어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사회분위기를 고려해 최근'사회간접자본의 장기임대(Long Term Lease, LTL)'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LTL 방식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기반시설을 건설할 경우 신설 기반시설 운영권을 민간사업자에게 그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유료 기반시설의 장기임대를 통해 신설 기반시설의 재원을 확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용인 경전철을 LTL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민간투자자가 30년간 경전철을 운영해 얻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용인지역에서 운영돼온 유료도로나 유료터널 등의 수익을 대신 가져가게 된다.

기존 운영 유료 시설은 수익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산출할 수 있어 민간투자자와 시행주체 모두 손실을 피할 수 있고, 운영 과정에서 추가 혈세가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용인 경전철 등 국내 민자사업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과다한 교통수요와 이를 바탕으로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수요협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시균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처한 사회기반시설 여건과 재정 ㆍ정치 환경, 도로 이용에 대한 시민의식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어느 제도가 효율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기존 유료도로의 장기임대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민자사업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 전문가 진단

"문제 시설 정부 매입이 최선책" "민간·정부, 운영 손실 공동 분담"

전문가들은 민자투자사업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기존의 무리했던 사업 추진 과정을 철저히 규명하고 타당성 검증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자사업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점에 조급하게 제도를 도입해 실적 위주의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정부와 민간 모두 경제성 등을 철저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생긴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민간기업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과 같은 안전장치에 기대어 수요를 부풀리는 등 도덕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황당한 수요 예측과 혈세 투입으로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는 고속도로나 지하철 등 시설물을 정부가 매입해 운영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박흥순 대한건설협회 SOC주택실장은 "과거에는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사업에 대한 예측 능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고, 인천신공항고속도로처럼 주변 지역이 계획대로 개발되지 않는 바람에 사업성이 떨어졌던 측면도 있다"며 "지금은 수요예측의 정확도가 많이 향상된 만큼 민자사업이 국가 혼자서 할 수 없는 SOC 분야를 보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지하철 9호선 사태로 가뜩이나 MRG 폐지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민자사업이 단기적으로 교통 인프라시설을 확충하면서도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높여준 측면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흥순 실장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SOC 사업에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민간투자가 없었다면 국가채무가 급증했거나 사회 각 분야의 SOC 투자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저금리로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는 지금 관점으로 보면 민자사업의 수익률이 부풀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환위기 직후에는 20%대 고금리가 통용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국민들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민자사업의 장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용석 연구위원도 "건설투자의 경우 잠재성장률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을 통해 민자사업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시설 운영에 따른 손실을 민간사업자와 정부가 공동 분담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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