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만 된다면 방식은 뭐든 상관없다"
"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3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한 발언이다. 보통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 입장에서는 외형 확장 보다는 자산 건전성 관리에 힘쓰기 마련인데, 이 회장은 민영화를 외치면서도 동시에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이율배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가 혼란에 빠졌다. 금융지주 담당인 이고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민영화를 한다는 건 시장에 내다 판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상품(우리금융)이 예뻐 보이게 지표 관리에 힘써야 하는데 우리금융은 반대로 투자 위험성이 높은 해외 금융회사 및 국내 보험사 M&A 의지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판국에 새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 매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측은 "이 회장은 경영자 입장에서 글로벌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려 주가를 높이고 이를 발판 삼아 공적 자금을 빨리 상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영화는 우리금융을 글로벌화하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민영화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양쪽 모두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 회장의 말대로 공적자금을 가장 빨리 상환하기 위해서는 다른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법상 매수에 나선 지주사가 95% 이상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며, 최소 10조원의 돈이 필요하다. 재작년과 작년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연거푸 실패한 것도 비싼 인수 대금 탓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해외 기업인수로 총 자산 규모를 늘리고, 주가를 높이면 인수 가격이 뛰어 인수 희망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이 회장의 뜻대로 민영화와 해외 진출 두 가지 모두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 민영화 후 해외 금융사 인수'같은 전략적 사고가 중요한데,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회장이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두 목표 중 어느 하나는 별 관심이 없는 립서비스 수준의 목표일 뿐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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