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또는 몸싸움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여야는 지난주 국회 운영위에서 의장 직권상정 제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제도(필리버스터), 의안 신속처리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 개정안에 합의하고,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뒤늦게'식물국회' 가능성을 이유로 신속처리제 요건 완화 등을 요구, 여야간 수정협상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바람에 국회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물론 의약품 편의점 판매 허용, 경찰 112 위치추적 관련 법안 등 60여 개의 민생법안 처리까지 무산됐다. 여야는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본회의 소집이 쉽지 않아 5월 28일까지인 18대 국회 임기 내 주요 법안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여야가 정략에 매몰돼 시급한 민생법안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고질적인 국회 폭력사태 방지를 위해 오랜 협상과 고심 끝에 마련한 법안이 무산된 책임은 1차적으로 합의를 뒤집은 새누리당에 있다. 당초 새누리당도 이 개정안에 적극적이었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그간"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의 화룡점정이 되는 중요 법안"이라며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던 새누리당의 입장이 바뀐 것은 4ㆍ11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획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회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원안대로 통과되면 국회 효율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여소야대 시절에 의안 처리가 더 원활했다는 사실은 새누리당의 우려가 과장됐음을 의미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해 정치문화와 풍토를 바꿔갈 생각은 하지 않고 다수당 입장에서 국회 효율성만 앞세우는 것은 몸싸움과 강행처리 구태를 바꿀 의지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총선 후 오만해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이다. 정당과 정치인의 오만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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