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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 문대성 김형태, 탈당으로 끝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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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 문대성 김형태, 탈당으로 끝낼 일인가

입력
2012.04.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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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한 것은 당연했다. 지리멸렬한 야당의 반사적 이익이기도 했다. 그보다도 여당의 선거전략이 돋보였다. 실수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강한 내부개혁의 의지와 미래를 향한 비전을 내비쳤다. 후보자 공천에서부터 야당을 압도했다. 현역의원 41%를 물갈이했고 탈락자의 반발도 다스렸다.

비례대표 공천이 압권이었다. 탈북자와 결혼이주여성을 국민의 대표자로 영입했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사회의 구호가 된 '다문화사회', '열린 사회'의 표본을 보인 것이다. 그러니 계파간 나누어 가지기에 급급했던 야권에 비해 훨씬 감동적이었다. 청년 비대위원, 이준석의 쉼 없는 문제 제기도 참신했다. 선거 후 마무리도 신속한 편이었다. 친인척 성폭력 혐의를 받는 김형태 당선자를 즉시 탈당시키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논문표절 시비가 인 문대성도 끝내 축출했다. 일단 성공이다. 그러나 이대로 완전 봉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아니,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여기에서 방치하면 대선에서도 적잖은 악재가 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최근엔 핵안보 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주최한 선진국이다. 올림픽마다 무수한 메달을 거둬들이는 스포츠 강국이다. 안방 드라마와 K팝을 포함한 한류를 수출하는 문화국이다. 하지만 이런 '선진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국회다. 걸핏하면 몸싸움에 날치기 통과다. 이런 '야만 국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세계에 중계된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선량'들이다. 국민도 태연하다. 의사당에 최루탄을 터뜨린 장본인을 버젓이 다시 선출한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 자격을 박탈당했던 사람을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뽑았던 국민이었으니.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문대성은 여느 인기인이 아니다. 세계의 스타다. 2004년 올림픽에서 수십억 세계인의 눈과 혼을 매혹시킨 '순간 돌려차기'로 금메달을 목에 건 청년이다. 영화배우 뺨치는 인물임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태권도는 대한민국이 종주국 아닌가. 그런 그는 국제 스포츠계에서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그런데 그가 재직한 대학의 학생들이 선생의 치부를 터뜨린 내부 고발자를 찾아내 응징하자는 격문을 내다 붙였다고 한다. 실로 부끄럽고도 한심한 일이다. 시대가 발전한다는 징표를 찾을 수 없으니 장래가 더욱 걱정이다.

체육인의 학술논문 수준을 논하는 게 아니다. 상식과 양식의 문제다. 스포츠맨십은 현대판 신사도다. 체육인이 존경 받는 이유는 치졸한 잔수를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승부에 임하는 의연함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내준 대학은 표절임을 확인했다. 대학도 수치를 감수한 것이다. 제대로 된 학교라면 준 학위도 취소해야 한다. 불과 몇 주 전에 보도된 다른 나라의 선례가 생생하다. 표절로 학위를 박탈당한 헝가리 대통령은 국가원수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민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만간 IOC위원 자격도 박탈될 전망이다. 문대성도 같은 운명일 것이다. 그러니 이쯤에서 두말없이 의원직을 포기하는 것이 옳다. 더 이상 나라에 부담을 주지 말고.

잠시 문대성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김형태 건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사실이 규명되면 반드시 추궁이 따라야 한다. 새누리당도 이들이 더 이상 당원이 아니라는 핑계로 오불관언하지 말라. 그러다간 애써 따 놓은 점수를 한꺼번에 잃을 것이다. '나꼼수' 김용민 사건이 타산지석 아닌가.

공직자의 윤리문제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플라톤의 명저 <법률> 을 보라. 2,500년 전 그리스에서도 공직은 엄했다. 취임시에 자질검사를, 퇴임시에 회계와 직무감사를 받아야 했다지 않는가. 선진국 문턱에 서 있다고 자랑하는 2012년, 대한민국의 의식수준이 어찌 이 모양일까? 역사는 발전한다는데.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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