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동네 어른이 집에 개 한 마리를 가져다 주셨다. 목에 줄을 묶어 개집에서 먹고 자게끔 집밖에서 키우는 일명 똥개. 반달눈에 주먹코라 귀염성이 다분했던 우리 개는 밥을 퍼주기가 무섭게 밥그릇을 소리 나게 굴리는 시위로 밥 더 달라는 애교를 피우곤 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오르고 털이 반지르르 윤기가 돌던 우리 개의 무한 성장은 시도 때도 없이 싸대는 똥으로 증명이 되는 바, 아빠는 여기저기 모락모락 무덤으로 둥글어져 있는 똥을 삽으로 퍼 담으며 이렇게 씩씩거리고 하였다. 역시나 개 팔자가 상팔자라니까.
그러던 어느 날부터 우리 개가 짖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누군가 집에 우환이 생길 징조라고 불길한 예감을 전한 지 얼마 안 되어 엄마에게 뇌종양 판정이 내려졌다. 우리 개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 싹수가 있었으련만, 식구들은 우리 개보다 엄마의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제 죽을 날을 알았는지 아침부터 밥도 안 먹고 개집 안에 틀어박혀 으르렁대던 우리 개, 결국 다른 사람을 다 물리고 내가 다가가자 모든 경계를 푼 채 달려 나와 내 치마에 제 발자국을 남기며 달려들던 미련했던 우리 개. 트렁크에 실리기까지 발버둥 쳤던 공포의 흔적은 포대 자루 너머 내 마음에 고스란히 남은 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그날을 생각한다. 평생 치를 죗값이 남았구나, 하는 인정도.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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