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동방신기의 저력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조명봉을 흔들며 장내를 붉은 물결로 채우던 4만5,000여 관객은 마지막 앙코르 곡 'Somebody to Love'에선 발을 맞춰 뛰어오르며 뜨겁게 환호했다. 3시간을 훌쩍 넘긴 공연에도 팬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객석을 지켰다. 교토(京都)에서 두 자녀,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케다 고타로(39)씨는 "처음에는 딸과 아내 때문에 듣게 됐는데 이젠 팬이 됐다"며 "동방신기가 라이브를 무척 잘해 보는 내내 즐거웠다"고 말했다.
동방신기가 23일 일본 오사카(大阪) 교세라돔 공연을 끝으로 5번째 일본 투어를 마쳤다. 이날 콘서트는 20회로 예정된 정규 투어 일정에 이어 팬들의 요청으로 추가된 도쿄돔 3회, 교세라돔 3회 공연의 피날레이기도 했다. 외국 가수가 5만5,000명 규모의 도쿄돔 공연을 3회 연속 연 것은 마이클 잭슨(1998), 백스트리트 보이스(2001)에 이어 세 번째라고 한다.
올 1월 18일 요코하마(橫濱) 아레나 공연을 시작으로 9개 도시, 26회의 콘서트 투어를 통해 동방신기가 모은 관객은 총 55만명. 동방신기의 역대 일본 투어 중 최다 관객이자 한국 가수가 일본에서 단일 투어로 모은 최다 관객이다. 공연 전 기자들과 만난 유노윤호는 "일본 가수도 55만명 동원은 흔치 않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더 자랑스러운 기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동방신기가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출시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TONE' 수록곡과 'Summer Dream~ High Time' 'Somebody to Love' 등 일본 내 히트곡 위주로 꾸며졌다. 너비 50m, 높이 30m의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다채로운 영상과 리프트, 이동차 등을 이용해 종횡무진 하는 무대 연출에 팬들은 크게 환호했다. 특히 새 앨범 수록곡 'Maximum'과 'I Don't Know'를 부를 때는 무대와 영상 속 모습을 연결해 동방신기가 순간 이동하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 관객들은 '하프'를 노래할 땐 팔로 'T'자를 그리는 안무를 따라 했고, 마지막 곡 'Why? (Keep Your Head Down)'는 4만여 여성 팬들이 함께 불렀다.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선 최강창민은 "석 달간 4일에 한번 꼴로 공연한 셈이라 피곤하기도 하지만 여러분들과 좋은 공연을 펼칠 수 있어 매우 즐겁고 뿌듯하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3년 만에 연 이번 투어는 동방신기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2009년 세 멤버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의 탈퇴로 2인조로 재편된 뒤 가진 첫 투어이기 때문이다. 팬들의 애정은 변함이 없는 듯했다. 치바(千葉)에서 9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는 30대 여성 치에코씨는 "다섯 명에서 두 명으로 줄어 아쉽긴 하지만 동방신기에 대한 나와 내 주위 팬들의 애정은 전혀 식지 않았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재팬의 남소영 대표는 "동방신기의 인기가 더욱 탄탄해지고 넓어지고 있다는 걸 증명한 투어였다"고 자평했다.
오사카=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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