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히며 각종 의혹이 무성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최 전 위원장은 "고향 후배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았다"고 수 차례에 걸쳐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시인했다. 대가성은 부인했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23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파이시티 사업 관련 정관계 로비스트 역할을 한 이모씨에 대해 "고향 마을의 후배"라고 입을 열었다.
통화 내내 최 전 위원장은 이씨의 성을 빼고 이름으로만 지칭했고, "OO이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후배로 아저씨와 조카처럼 지내왔다. 시골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OO이와 유유상종하면서 지내다 한참 씀씀이가 많았던 2006년 무렵 조금씩 도움을 받았다"며 금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최 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동향으로, 이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고 밝힌 2006년에는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으로 있었다.
최 전 위원장은 이씨로부터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2004년인가 2005년에 OO이와 (파이시티 대표) 이모씨가 사무실로 인사를 왔고, 파이시티 사업을 설명했다"며 "설명 직후 00이가 '자금 문제는 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서울시 인허가 문제가 걸려있다.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고 청탁을 받은 사실까지 인정했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내가 서울시에 아는 사람이라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밖에 없는데 이 시장한테는 그런 부탁을 할 수 없다고 단박에 거절했다"며 금품 수수와 청탁의 연관성은 부정했다.
그러나 청탁 이후에도 수 차례에 걸쳐 현금을 계속 받았다는 점에서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 전 위원장은 "거절 후에도 00이와 만났지만 그 문제(파이시티)를 언급한 적 없고 2, 3년 전 00이와 이 대표가 와서 '(파이시티) 허가 받았다'고 그러길래 칭찬을 해줬다.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씨에게서 받은 금품의 규모에 대해 "액수는 OO이나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말하면 실제보다 적든 많든 그 액수로 되지 않겠느냐"며 "여러 번에 걸쳐 현금으로 받으면서 그때마다 메모를 하는 게 아니니까 나로선 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애매하게 말했다. 그는 "1,000만원을 받으면 거기에 꼬리표를 달아서 누가 준 것이라고 표시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브로커 이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또 다른 정권 실세로 지목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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