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장 기각이 화근… 옛 동거녀 보복 살해한 중국동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장 기각이 화근… 옛 동거녀 보복 살해한 중국동포

입력
2012.04.23 17:38
0 0

같은 중국동포인 옛 동거녀를 가둬두고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던 40대 중국동포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뒤 이 여성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과거 함께 살다가 헤어진 중국동포 강모(43ㆍ여)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달아난 중국동포 이모(44)씨를 보복살인 혐의로 붙잡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한국에 들어온 이씨는 같은 해 8월 지인의 소개로 국내에서 수년째 살고 있던 강씨를 만나 한달 뒤 살림을 합쳤다. 이후 넉 달여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이씨의 집에서 함께 살던 강씨가 이씨의 경제적 무능과 성격 차이 등을 이유로 올 2월 집을 나가면서 이들의 동거 생활은 끝났다.

그러나 헤어진 뒤 이씨는 강씨에게 재결합을 요구하면서 "만나서 누가 하나 죽든지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내 눈에 띄지 마라.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을지 모른다"며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회유와 협박을 거듭했다.

급기야 강씨는 잦은 협박을 하는 이씨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난달 21일 이씨 집을 찾았다가 되레 폭행과 함께 감금을 당했다. 나흘 간 감금 상태에서 수 차례 성폭행을 당한 강씨는 같은 달 24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빠져 나온 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지난 1일 이씨를 체포했다.

화간이라는 이씨와 성폭행이라는 강씨의 주장이 엇갈렸지만 경찰은 강씨가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씨의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가 없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3일 영장을 기각했다. 이게 화근이 됐다. 풀려난 이씨는 21일 새벽 2시20분쯤 가산동에 있는 강씨 집을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강씨를 무려 32군데나 찔러 살해한 뒤 도주했다. 경찰은 이씨의 지인을 상대로 한 탐문수사 끝에 경기 수원시 김모(46)씨 집에 숨어있는 이씨를 사건 발생 19시간 만에 체포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강씨가 동거 당시 부담했던 생활비 중 13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온 데다 '너를 감방에 보내겠다'고 문자를 보낸 데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흉기를 미리 준비했고 잔인하게 살해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계획적 살인으로 보고 있다.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서울 남부지법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 당시 이씨와 강씨가 애인 관계를 유지한 데다 사건 당일 강씨가 이씨 집으로 왔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통상적인 강간 사건으로 보기엔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며 "이씨가 보낸 문자도 협박 취지는 아닌 걸로 봤다"고 해명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