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금품수수를 일부 시인하면서 사용처 중 하나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를 거론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받은 돈은 당시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 전 위원장이 2007년 대선 여론조사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고, 또 당시 여론조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시 대선 본선보다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의 비중이 더 컸다"고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선 여론조사가 사실상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후보 캠프의 핵심 인사로서 여론조사를 총괄하며 이 후보의 경선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3년 동안 한국갤럽 회장을 지내 여론조사에 밝고 여론조사기관 내 인맥이 두터웠다. 그러다 보니 당내 일부에선 "최 위원장이 거액을 주고 여론조사를 맡기는 방법으로 일부 여론조사기관들을 관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어쨌든 당시 여론조사는 경선 전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승부의 향배를 바꿔놓았다. 이 후보는 2006년 6월 말 서울시장직을 그만둘 당시만 해도 박근혜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게다가 당내 조직에서도 박 후보에게 밀리고 있었다. 이런 불리한 상황을 한방에 역전시킨 것이 2006년 가을 북핵 실험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후보가 박 후보를 추월하는 결과가 일제히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당시 여론조사기관들이 이런 결과들을 쏟아낸 배경에 최 전 위원장이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박계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이 여러 여론조사 기관들을 관리했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면서 "당시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박 후보보다 앞섰다"고 반박했다.
경선 선거인단이 꾸려진 뒤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박 후보 측의 의혹 제기가 있었다. 여론조사마다 공히 이 후보가 박 후보를 7~14% 포인트 앞서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선거인단 경선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달리 박 후보가 이 후보보다 앞섰다.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후보는 선거인단 득표에선 뒤졌으나 여론조사에서 앞서면서 1.5%포인트 차이로 박 후보를 제치고 신승할 수 있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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