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넉 달 간의 <엄마를 부탁해> (이하 <엄마> ) 북미ㆍ유럽 북투어를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신경숙(49)씨는 "이제 내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 는 올해도 신씨를 가만 놓아주지 않고 있다. 지난달 그는 홍콩에 가서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고, 이달은 미국 로스엔젤레스(9일), 뉴욕(12일), 워싱턴(13일)을 돌며 페이퍼백 출간 기념 낭독회를 갖는 한편, <엄마> 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하는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만났다. 그 와중에 한국에서 <엄마> 판매부수가 200만 부를 돌파했다는 낭보를 접했다. 덕분에 이번 체류 기간 중 원래 없던 낭독회ㆍ강연 일정이 새로 생겼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를>
뉴욕에 머물고 있는 신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에 도착한 답신에 그는 "연말까지 드문드문 영국 에든버러와 싱가포르 등에 다녀오게 될 것 같다"며 "(하지만) 항상 새 작품에 대한 생각이 맨 앞 계획으로 놓여 있다"고 적었다.
_<엄마> 는 이제 한국문학의 대표적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가는 것 같다. 엄마>
"책마다 운명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 책의 운명은 아주 센 것 같다. 아마도 엄마라는 말 속에 우리가 현대인이 되는 동안 상실한 것들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_이제 <엄마> 는 신경숙 문학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작품이 됐다. 등단 이후 27년 동안 장편 7권, 단편집 3권, 산문집 3권을 냈는데, <엄마> 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불편함은 없나. 엄마> 엄마>
"내가 신인일 때 이런 관심이 쏟아졌다면 내가 휘둘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은 든다. 개인적으로 <엄마> 는 나를 모르던 새 세대의 독자들과 만나는 기쁨을 줬고, 한국어에 갇혀 있던 내 작품을 국경 바깥의 독자들과 소통시키면서 내 문학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내 대표작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엄마>
_<엄마> 로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영국 최고 문학상인 부커상을 후원하는 맨 그룹이 제정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 상인데, 수상 이후 어떤 변화를 체감하나. 엄마>
"외국에선 여성으로 첫 수상자라는 점에 의미를 많이 두는 것 같다. 영어권에서 이메일 인터뷰 요청이 잦아졌고, 홍콩, 중국에서 서울로 인터뷰나 사진 촬영을 온다. 인터뷰에 한국문학에 관한 질문이 빠지지 않는 걸 보니 한국문학에 관심이 생긴 듯하다. 해외 북페스티벌에서 초대장을 자주 받는 것도 변화다."
_이번 페이퍼백 투어에서 인상 깊었던 경험은.
"페이퍼백 인쇄 당시 맨 아시아 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되지 않아 표지에 'MAN ASIA LITERARY PRIZE FINALIST'라고 찍혔다. 낭독회에 온 독자가 'finalist'(최종 후보)가 아니라 'winner'(수상자)가 아니냐고 물어서 웃었다. 출판사 측은 새 판 찍을 때 수정하겠다고 했고. 한 독자는 이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이 공감하겠느냐고 물었는데, 고등학생 딸과 함께 온 미국 엄마가 '딸이 책을 읽고 낭독회 가자고 했다'며 나 대신 답했다."
_<엄마> 는 한국문학 해외 진출의 신기원이라 할 만하다. 그 주인공으로서 한국문학 세계화의 의미와 방안을 제시한다면. 엄마>
"문학은 국경이 없다. 우리가 편의상 한국문학, 세계문학을 갈라서 얘기할 뿐 문학은 그냥 문학이다. 한국어가 힘이 약하다 보니 번역을 통과해야 세계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쉽다. 그래서 좋은 번역과 현지 출판사가 필요한데 억지로 갖출 수 있는 요건은 아닌 듯하다. 현지 출판사가 먼저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고 섭외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_어느덧 지천명이다. 각오가 어떤가. 현재 집필 혹은 구상 중인 차기작은.
"나이를 의식하지 못하다가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나를 위해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았지만,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작품으로 이야기되는 현재형 작가이고 싶다. 지금 집필 중인 단편을 마친 뒤 새 장편에 들어갈 계획이다. 내용은 비밀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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