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에선 친노(親盧) 진영과 비노(非盧) 진영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당장은 원내대표 경선을 포함한 새 지도부 선출이 예정돼 있고, 조만간 대선 후보들의 행보도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그간 잠복해 있던 이들 진영의 정체성과 노선 차이가 점차 명확해질 조짐이다.
먼저 당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친노 진영을 향한 비노 진영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공과에 대한 평가는 물론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김기식 당선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 "친노 프레임을 깨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 게 단적인 예다. 총선 과정에선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맞서는 단일 전선이 필수적이었지만 지금은 당의 진로와 노선에 대한 이견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대립 양상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원내대표 선출에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현재 친노 진영에서는 유인태ㆍ신계륜 당선자의 출마가 점쳐지지만 내부적으로 물밑 조율이 이뤄질 것이란 얘기도 있다. 만일 한 후보로 옹립된다면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맞서 비노 진영에서는 이낙연ㆍ전병헌ㆍ박기춘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신학용ㆍ박영선 의원 등의 출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단은 다자구도로 갈 공산이 크지만 1차 투표를 거쳐 결선 투표로 이어지면 친노와 비노간 표 대결 구도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6월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전망하는 시각도 비슷하다. 친노 진영에선 이해찬 전 총리가 나서고 비노 진영에선 박지원 최고위원과 함께 비교적 중립 지대에 있다는 평을 듣는 김한길 전 의원 등이 나설 것이란 예상이 많다.
대선 후보 경선전 역시 친노 진영인 문 고문과 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 등이 한 축을 형성하고 비노 진영에서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대척점에 설 것으로 보인다. 또 한차례 친노와 비노간 세대결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한 수도권 당선자는 "당장 어느 쪽이냐고 편을 가르는 것 보다 친노 프레임이 과연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린 뒤, 이를 바탕으로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결정짓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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