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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돌고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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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돌고래 쇼

입력
2012.04.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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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갔을 때 가장 불쌍해 보이는 놈은 곰이다. 성질이 불과 같다는 불곰은 더욱 그렇다. 놈들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몇 ㎙ 갔다가 머리를 한 번 주억거린 뒤 쇠창살 밖을 바라보고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다시 걷는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그렇게 지낼 듯하다. "곰을 미련함의 대명사로 얘기하지만 동물생태학자들은 그들의 지능은 야생동물 중 최고라고 한다. 채찍 없이 조련이 가능한 유일한 놈들이다." 반달곰을 지리산에 방목하면서 곰 전문가들이 했던 말이다.

■ 돌고래 쇼를 하느니 마느니, 논란에서 쇠창살 속의 곰을 떠올린 것은 개인적 취향이다. 혹자는 집채 만한 덩치의 코끼리를 생각하고, 혹자는 밀림과 초원을 질주하는 호랑이와 사자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MBC TV 을 기억한다면 곳곳에서 끌려온 몇 마리의 펭귄이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저몄을 것이다. 유독 돌고래가 학대 논란에 싸인 것은 인간들이 만든 '동물 IQ'에서 놈들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다는 주장들 때문인 듯하다.

■ 어제 서울시가 시민과 전문가 100여 명을 강당에 초청해 '제돌이'를 제주도 앞바다로 돌려보내는 문제와 돌고래 쇼를 계속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시의 행태가 참으로 한심하다. 그만한 인력과 예산을 들여 거창한 토론회를 열어야 할 사안이 1,000만 인구 서울시에 그렇게도 없는가. 1993년 서울대공원은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돌고래 대신 '물개 쇼'를 검토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대공원 자체 판단으로 돌고래 쇼를 유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 돌고래 쇼가 중단되면 환경론자, 제주 해군기지 반대론자, 나아가 민주통합당이 이긴 것인가. 거꾸로 쇼를 계속하면 새누리당, 이명박 정권에 이득인가. 민주통합당 박원순 시장이 미묘한 시기에 "불쌍한 제돌이를 강정마을 앞 고향으로 보내겠다"고 언급하면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부추겼다. 지금이라도 서울대공원 측에 일임해 상식적 판단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옳다. 나와 가족 중엔 돌고래 쇼를 즐길 일이 없지만 그것을 유독 동물학대라고 여기지 않는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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