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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도입부의 중심 생각 불명료…글 짜임새 있게 풀어가려면 개요부터 면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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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도입부의 중심 생각 불명료…글 짜임새 있게 풀어가려면 개요부터 면밀히

입력
2012.04.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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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글의 구성, 그 중에서도 단락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이것은 논술문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유의할 점은 내용에 따라 단락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단락은 하나의 중심 생각을 온전히 담고 있어야 좋은 글이 된다. 다시 말해 하나의 단락은 하나의 소주제문과 그것을 적절히 뒷받침하는 문장들로 이루어져야 한다. 입시 논술을 준비할 때 단락별로 중심 내용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독해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서론은 글의 도입부로서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글의 인상까지 좌우할 수 있는데, 이를 초두 효과(Primacy Effect)라 한다. 따라서 서론을 쓸 때에는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글의 시작 부분을 검토해 보자.

이 글은 첫 문장에서 자유 시장 경제의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곧바로 다음 문장에서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 규제와 관련한 논란으로 넘어가면서 '상생과 자유의 대립'이라는 개념을 짚는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도입부가 아닐 수 없다. 연결이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두 개념 중 한 가지는 정의나 소개가 아예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서론을 통해 의도한 효과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만약 첫째 단락에서 자유와 상생이라는 개념을 차례로 제시하고 그 둘이 왜 상충하는지를 밝힌 후에, 둘째 단락에서 SSM을 둘러싼 논쟁을 다루었더라면 글의 전개가 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자유와 상생의 상충이라는 개념으로 글을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글의 전개 과정에서 논거로 거의 사용되지 않은 것도 흠이다. 가령 강제 휴무에 반대하는 이유로 그것이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논증했다면 일관성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것이 임시방편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에서 비껴간 것이며 더욱이 왜 '임시'방편인지도 설명이 안 되어 있다.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글의 짜임새가 부족한 편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려면 글을 작성하기 전에 개요를 미리 짜 보는 것이 좋다.

대립하는 두 입장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사태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특히 왜 강제 휴무라는 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해결책도 지나치게 피상적이다. 둘째 단락 마지막 문장에서 글쓴이는 '강제 규제가 아닌 간접 지원정책을 실효성 있게 전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정작 그 아래에 소개된 대책들, 가령 특성화 정책, 편의 시설 제공, 전기·가스시설 정비, 수수료 인하 등이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는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견제하고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백약이 무효였다. 강제 휴무라는 특단의 대책마저 그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는데 몇몇 지자체의 산발적인 시도들로 전통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성이 있다고 믿기 어렵다.

글이 이렇게 된 것은 글쓴이가 상생보다 기업의 자유를 훨씬 중시하는 입장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물론 논술문에서 자신의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글은 외견상 자유와 상생을 모두 긍정하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는 대기업의 자유만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에 내적으로 모순이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확실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양시론을 펼치기보다 차라리 논지를 명확히 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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