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대지의 목성과 신비한 고리를 가진 토성, 그리고 밤하늘에 떠 있는 수 많은 별 들. 우주 생성의 원리와 비밀을 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위대한 과학적 발명품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1990년 4월 24일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허블 망원경을 실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1609년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한 이래 우주과학사에 길이 남을 발명품이 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우주망원경에 대한 논의는 46년 미국의 천문학자 리먼 스피쳐에 의해 제기됐다.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지상에서는 대기의 간섭으로 상이 흐려질 수 밖에 없는데. 대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이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대한 천체망원경을 우주로 쏘아 올려 이를 원격 조정한다는 것은 막대한 예산과 기술을 필요로 했다. 78년 우주망원경 발사 계획을 의회로부터 승인 받은 NASA(미 항공우주국)는 85년 망원경을 완성, 우주팽창설을 주장한 에드윈 허블의 업적을 기려 허블 망원경이라 이름 지었다.
발사를 기다리던 허블 망원경은 86년 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8초 만에 공중 폭발하는 사고로 인해 질소로 가득 찬 클린룸에서 4년을 기다려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챌린저호 사고로부터 2년 후, 우주수송 시스템 재개로 허블 망원경의 재발사가 결정됐고, 마침내 90년 4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로 날아간 디스커버리호는 허블 망원경을 무사히 궤도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우주에 오른 허블이 발사 후 처음 보낸 영상은 뿌옇고 흐릿하기만 했다. 2.4m 주경에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정도의 미세한 오차가 생긴 것이다. 수십억 달러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 허블 망원경을 우주쓰레기로 만들 수 없었던 NASA는 93년 우주비행사들을 보내 주경을 조정하고 부품을 최신장비로 교체했다.
수리된 허블 망원경은 이후 눈부신 진가를 발휘한다.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는 순간을 지구에 생생하게 전달하고 우주의 나이와 태양계 탄생의 원리, 블랙홀의 존재 등 우주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모두 밝혀냈다. 우주의 나이가 대략 137억년이라는 사실과 아름답고 신비한 성운의 모습들을 기록하던 허블 망원경도 이제 수명이 다해간다. 2014년으로 예상되는 허블의 소멸 이후 새로운 우주탐사 임무는 관측 능력이 강화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맡는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