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오늘 열린다. 아직 임기가 남아 있어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일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합의된 의사 일정이 없고, 19대 국회 개원 준비도 바쁜 마당이어서 사실상 18대 국회의 종막이다.
이번만큼 비생산적이고 시끄러웠던 국회도 드물었다. 개원 직후부터 '광우병 사태'와 '4대강 사업'을 놓고 여야가 과학ㆍ실질적 논쟁보다는 정치이념과 노선 싸움으로 치달은 결과다. 그런 이념ㆍ노선 싸움은 지난해 말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때까지 이어졌고, 큰 싸움에 매달리다 보니 치밀한 조정이 필요한 민생 관련 법안 심의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대형 해머와 전기톱, 소화기와 최루탄 등이 동원되고, '공중부양'활극까지 펼쳐져 국민의 정치 혐오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이런 부정적 평가 때문에라도 18대 국회에 오늘 하루는 중요하다. 정치적 이해가 크게 엇갈리지 않고,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은 몇몇 '순수 민생법안'이라도 처리해 최소한의 존재가치를 인식시킬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예가 일반의약품 20여 품목의 슈퍼마켓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다. 오랜 논쟁 끝에 대표적 이익단체인 약사회의 반대만 빼면 대다수 국민의 지지와 공감이 충분히 이뤄졌고, 정치적 이해 상충도 없다. 잠시 이익단체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 시기에 여야가 최우선적으로 처리해 마땅하다.
수원 부녀자 살인사건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112 위치 추적법',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ㆍ처벌을 강화할 배타적 경제수역법 개정안, 공공기관의 조달사업에서 중소기업을 우선하기 위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 등도 거의 정치색을 찾아보기 어렵다.
모처럼 국회의 자성을 보여준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야 합의의 정신을 살려 처리하길 촉구한다. 제기된 우려와 문제점은 정치의 본령인 상식으로 풀어갈 일이지, 그것을 이유로 막판에 정치 신의를 뒤집어서는 안 된다. 오늘 하루라도 18대 국회가 실용적이고 성실한 자세를 보이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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