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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당의 노선은 중도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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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당의 노선은 중도강화다

입력
2012.04.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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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 결과 예상과 달리 민주통합당의 패배로 끝났고 이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제시된 바 있다. 여야의 리더십과 전략, 정책과 공천 등 여러 원인들이 지적됐다. 가령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인 힘, 위기관리능력, MB정부와의 차별화 전략과 민주당의 흔들리는 리더십, 뒷북치는 위기대처방식, MB 심판론에만 매달린 안이한 전략이 대비된다. 한국 정당학회 교수들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정책과 공천 면에서 민주당이 잘했다'는 평가는 각각 21%와 11%로 '새누리당이 잘했다'는 평가(45%와 6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총선에서는 SNS의 영향력이 수도권에 국한됐고, 특히 막판에 터진 김용민 막말 파문과 이에 대한 민주당의 우유부단한 대처로 인해 중간층의 이탈,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민주당 총선패배의 여진은 민주당 내부의 노선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총선 패배의 원인이 지나친 '좌클릭'이었으며 이제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우클릭'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좌편향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히고 있다. 한마디로 중도강화론과 진보강화론의 노선 공방이다. 전자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좌파 정당인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연대에 올인해 지나치게 정책 방향을 왼쪽으로 틀면서 중도지지층이 이탈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후자는 좌클릭보다는 민주당의 오만과 리더십 부재, 그리고 잘못된 전략과 전술 등이 패배요인이며 새누리당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사이 민주당이 자신의 고정 지지층을 묶어 두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필자의 입장은 중도강화론에 가깝다. 우선 중도강화론 대 진보강화론의 이분법적 사고를 버릴 필요가 있다. 중원으로 나아가더라도 민주당의 진보적 정체성을 지키면서 중도 노선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전략적으로 과도한 이념화를 피하는 한편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민생ㆍ생활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진보층의 결집을 유지하고 동시에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혹자는 이념 진보와 민생 진보를 구분하면서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좌 혹은 우클릭이 아니라 시민클릭 혹은 서민클릭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가운데로의 움직임보다 아래로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소위 '중위투표자이론'에 따르면 양당제적 구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념적 스펙트럼의 중간에 몰려 있는 투표자의 표를 얻어야 한다. 좌우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극단적 보수 혹은 진보 정당보다는 중도적 정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 등 좌클릭 노선으로 움직여 중위의 표를 더 얻을 수 있었던 반면, 민주당의 경우 더욱 좌파적 입장을 취하면서(혹은 더 좌파적 입장을 취한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중위 투표자들의 표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좌클릭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우클릭했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선의 경우 중위투표자이론이 들어맞을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총선이 회고적 책임을 묻는 심판의 장이라면 대선은 미래에 대한 전망적 투표의 장으로서 고정 지지층만으로는 승리하기 힘들며 더군다나 투표율이 70%를 상회하면서 무당파 중도층이 대거 선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존 지지층 뿐 아니라 중도층을 잡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대선 득표 전략 차원을 넘어 19대 국회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도 중도강화적 노선이 중요할 듯하다. 이번 총선 결과 보수와 진보의 절묘한 분할과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여야는 그 어느 때보다 협의의 정치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인 '몸싸움 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더욱 타협과 합의의 묘를 살리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여야 공이 이념적 선명성보다 중도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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