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고성장을 지속해온 동부 연안지역의 성장세는 느려지는 반면 낙후지역으로 인식돼온 중부와 서부의 성장률은 빨라지고 있다. ‘동쪽은 느리고 서쪽은 빠르다’는 ‘동만서쾌’(東慢西快) 현상이다.
신화통신은 23일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8.1%로 집계됐다며 동부를 대표하는 광둥(廣東)성의 경제 성장률은 7.2%에 머문 반면 서부의 대표격인 쓰촨(四川)성은 13.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1분기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도 동부는 18.9%에 그친 반면 서부는 26.9%나 됐다.
실제로 쓰촨성 뿐 아니라 서부지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대부분 평균을 넘었다. 구이저우(貴州)성 15%, 샨시(陝西)성 13%, 안후이(安徽)성 12.3%, 장시(江西)성 11% 등이었다. 쓰촨성 청두(成都)에 있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BOE의 자회사인 BOE 광전과기유한공사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75% 늘었다. 후베이(湖北)성의 우한(武漢)도 지난 2개월 간 외국인 직접투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배인 5억9,000만달러(6,726억원)나 됐다.
반면 동부에 속하는 베이징의 1분기 성장률은 7%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포인트 떨어졌다. 중국의 공장으로 불리던 광둥성의 일부 지역에선 인구 유입까지 줄어들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개혁ㆍ개방 30여년만에 처음이다.
중서부의 경제성장률이 동부를 추월하는 것은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동부 연안 도시들이 국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반면 중서부 지역은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으로 동부지역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중서부는 아직 부동산 가격이 높지 않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도 한 몫 했다. 동부는 또 토지와 노동력, 시장 부문에서 개발의 여지가 많지 않지만 중서부는 동부의 경제와 산업이 이전해 오면서 활력을 띄고 있다.
왕쥔(王軍)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자문연구부 부부장은 “동만서쾌 현상으로 지역간 경제 불균형이 점차 해소되는 것은 중국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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