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검은 헬멧 차림에 검은 오토바이를 타고 젊은 여성에게서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나던 일명 '블랙 스파이더맨'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뚜렷한 직업이 없는 박모(30)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은평구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며 10억원대의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도박이 화근이었다. 카지노와 경마에 빠져 금세 재산을 탕진했고, 생활비와 자녀 돌잔치 비용 1,000만원마저 사설 스포츠 토토 게임으로 날렸다. 그러던 차에 후배인 장물업자가 최신형 스마트폰을 가져오면 대당 30만~50만원에 사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박씨가 범행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몸에 딱 달라붙는 검정색 트레이닝복에 검은 헬멧을 산 그는 장물업자에게서 검은 오토바이까지 빌렸다. 퀵서비스 택배기사 차림으로 꾸민 것이다. 표적은 젊은 여성이었다. 비교적 휴대폰을 잘 빌려주는 데다 현장에서 붙잡힐 위험도 적기 때문이다. 그가 범행 대상에게 다가가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 낭패다. 전화 한 통만 쓰게 해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휴대폰을 건네줬다. 잠시 통화하는 척 하다가 박씨는 그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줄행랑을 쳤다.
그가 이런 방법으로 이달 중순까지 두 달여간 서울과 경기를 오가며 가로챈 고가 스마트폰은 모두 120여대. 시가로 1억2,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대당 30만~50만원씩 받고 장물업자에게 넘겼다. 수도권 전역에서 신출귀몰하게 범행을 하고 달아나 언론이 '블랙 스파이더맨'이란 별명을 붙일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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