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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김정은과 한반도의 잔인한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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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김정은과 한반도의 잔인한 4월

입력
2012.04.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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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의 '특별작전행동소조'가 23일 남한에 보낸'통고'는 무시무시하다. "역적 패당의 분별 없는 도전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을 금방이라도 감행할 듯한 기세다.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일단 개시되면 '3~4분보다 짧은 순간에''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으로''모든 무리들과 도발 근원'을 초토화해 버리겠단다.

18일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내놓은 성명의 연장선에 있지만 위협의 강도가 높다. 그때는 서울 한복판이라 하여도 도발 원점이라면 모든 것을 통째로 날려보내기 위한 특별행동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했었다. 인민군 최고사령부의 특별작전행동소조가 어떤 조직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으레 해오던 행태라고 흘려 넘기기 어려운 고강도 위협이다.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강행으로 몰아친 한반도 정세의 난기류가 최고조에 다다른 느낌이다.

최근 남측이 북측에 보낸 경고 메시지도 그 강도가 결코 약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19일 최대 사거리 1,500㎞에 달하는 순항미사일과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 실전배치 사실을 공개했다. 순항미사일은 수백㎞ 떨어진 건물의 창문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도를 자랑하고 탄도미사일은 한 번에 축구장 수십 개 넓이를 초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전 국방과학연구원 방문에 맞춰 이뤄진 두 미사일 공개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라는 것은 명백하다.

이 대통령의 북한 집단농장 관련 언급이나 미사일 한 번 쏠 돈이면 북한의 6년치 식량부족분을 구입할 수 있다는 발언 등도 날이 서 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 강행을 계기로 인권문제와 민생 문제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도 북한을 크게 자극했을 것이다. 남북이 긴장과 위기를 관리할 특별한 대책도 없으면서 서로 자극하고 아픈 데를 찔러 상황을 악화시키는 꼴이다. 남북관계에서도 4월은 잔인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조심스럽게 제기됐던 김정은 체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고, 사회주의 풍요와 부를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인'흰 쌀밥에 고깃국, 기와집에 비단옷'을 연상시키는 이 대목에서 김정은의 경제 회생 의지를 읽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김정은이 노동당 간부들에게 자본주의적 방법의 도입 필요성을 지적했다는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보도도 김정은의 개혁조치 가능성을 시사한다.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AP통신 대표단과의 회견에서 "김정은 동지가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경제개혁 사례들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기에 스위스 유학 경험을 한 김정은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권력승계 마무리로 절대적 권한을 쥐게 된 김정은이라도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렵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은 한 손에 핵과 미사일을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경제개혁을 시도했다가 결국 실패했다. 더욱이 김정일이 취했던 경제 개혁 조치들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북미 대화 등의 우호적 대외 환경 속에서 시작됐지만 김정은 체제는 출발부터 혹독한 외부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자초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는 김정은 체제를 한층 경직되고 폐쇄적인 집단으로 몰아넣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대선국면에 돌입한 한국과 미국은 어차피 내년 새 정부 출범까지는 대북정책의 새로운 동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냉각기를 갖고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하면서 김정은 체제를 정상국가로 유도해낼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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