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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험난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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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험난한 미래

입력
2012.04.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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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전 총장이 제12대 세계은행 총재로 공식 선출돼 7월 1일부터 5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국내 언론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김 전 총장을 지명하면서부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한국계 국제기구 수장의 탄생을 기정 사실로 여겼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명한 폴 울포위츠나 로버트 졸릭과 같은 전임자와 비교해 비백인계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김 전 총장의 발탁은 기대와 함께 경제 비전문가라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신임 김총재는 국내에서도 공중보건, 특히 국제보건 전문가에게 낯선 이름이 아니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그는 지난 25년 넘게 절친 폴 파머 하버드의대 교수와 함께 비정부기구인 '건강의 동반자'를 만들어 건강과 사회정의 실현에 힘을 쏟았다. 제3세계에서 에이즈와 결핵 퇴치에 전념하던 2001년엔 다국적 제약회사와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기구에 맞서 싸운 결과, 약가를 90% 이상 낮춰 수 백 만 명에게 값싼 에이즈 복제약을 제공하는 기념비적인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퇴치 부서 책임자를 맡아 업적을 쌓았다.

파머 교수가 아이티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다룬 전기 이 퓰리처 상을 받아 유명해졌고, 그의 생각을 잘 드러내는 과 등의 책이 국내에 번역된 반면, 김 총재가 공저자로 참여한 은 아직 역서가 없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20세기 동안 평균적으로 건강이 향상되어 왔지만 인구집단 간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을 제물로 삼아 증가하고 있음을 풍부한 예시와 함께 학술적 논문의 형태로 제시했다.

김 총재는 이 책에서 여러 객관적 근거를 통해 경제 성장이 만병통치약과는 거리가 아주 먼, 때로 가난하고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증대시키고 있음을 보여줬다. 복잡한 정치경제적 역사와 최근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빈곤과 원조 사이의 치명적인 상승 효과'를 강조했고, 아이티의 빈곤은 '그들의 고통이 우연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아이티 사람들이나 외국인의 의도에 의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김 총재를 포함한 저자들은 취약한 건강은 견고화된 빈곤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고, 단순히 서술하고 분석하기 위함이 아니라 변화를 위해 싸울 것을 호소했다. 이달 초 김 총재가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직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생각이 조금 바뀌었음을 짐작케 한다. 인터뷰에서 은 1990년대 초중반 데이터로 작업한 결과로 총체적 전망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그 이후로 세계은행은 빈곤층 지향적인 개발로 많이 변했다고 언급했다. 공저자인 폴 파머와 존 거쉬먼이 워싱턴포스트에 김 총재의 지명을 환영하며 기고한 글에서도 2006년 세계은행이 발간한 '세계 개발 보고서'를 인용, 형평성이 장기적 번영을 추구하는데 중요하다는 증거가 충분하다면서 세계은행의 그간 정책에 날선 비판을 거두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이 최근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했고, 세계 경제의 근본과 정의를 강화해 성장의 과실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기 위한 효과적인 파트너로 남아야 한다고 했다. 세계은행이 차입금을 확대하고 금융 규제 완화를 유도함으로써 경제 위기의 원인을 증폭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은 우려할 만하다.

97년 경제 위기 당시 세계은행이 우리나라에 차관을 제공하면서 내건 조건 중의 하나가 '사회 안전망 확보'였음이 기억난다. 물론 이는 효과적인 노동 유연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전제 조건임에 지나지 않았고, 이후 우리 정부도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결과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가 일어났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국계 세계은행 총재의 등장에 맹목적으로 환호할 것이 아니라 그가'산 넘어 산'인 세계은행 개혁을 어떻게 이뤄나갈지 주시하고 응원해야 할 때다.

황승식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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