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규모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인 파이시티사업과 관련, "돈 받은 사실이 있다"고 시인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 측근의 또 다른 비리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검찰은 하이마트 비리를 수사하면서 공사업체를 조사하다가 이 업체 대표이자 파이시티 추진업자인 이모씨로부터 "최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에게 브로커를 통해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씨의 출국을 금지하고, 25일 소환하는 등 구체적 혐의사실 확인에 착수했다.
최씨는 "청탁성이 없는 돈"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건을 포함한 대개의 비리사건에서 보듯 대가성 없는 돈이란 애당초 인정받기 어렵다. "일을 하다 보면 필요한 곳이 많아 받았다"는 말에선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질마저 의심하게 된다. 시대 변화와는 동떨어진, 도덕적으로 지극히 무책임한 이런 구시대적 인식을 가진 이가 대통령의 멘토로서 국가 주요 정책 결정 책임을 맡아왔다는 사실이 새삼 당혹스럽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돈이 오간 시점이 2007~2008년 초 대선시기와 겹치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여론조사에 썼다고 주장하지만, 누구라도 대선자금 관련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집권 후 인허가 편의를 대가로 비슷한 거래가 다수 있었으리라는 점은 지난해 저축은행 사건에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비롯한 측근 여럿이 사법처리된 사례를 봐도 충분히 유추할만하다. 이씨가 구체적 금품전달 액수와 시점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차장도 마찬가지다.
이로써 연초 이상득 의원 비서관의 거액차명계좌 사건을 비롯해 정권의 실세 3인방으로 불리는 셋 모두가 비리 관련 수사대상에 오른 셈이 됐다. 정권의 도덕성은 이미 훼손될 대로 된 상황이지만 추후 수사에서 만약 대선자금 관련성이 확인될 경우 이는 정권의 정당성 자체에 상처를 입는 것이어서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다음 정권에서는 더 이상 측근세력이 농단하지 못하도록 경계ㆍ차단하기 위해서도 가차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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