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딸이 전하는 프랑스 휴양도시 칸에 대한 거장의 인식이다.
5월이면 칸은 특별해진다. 칸국제영화제는 인구 20만 언저리의 작은 항구도시를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만든다. 찰랑이는 푸른 파도와 따갑지 않은 햇볕 속에서 세계의 최신 수작들과 만날 수 있는 이 축제는 명품 영화제라 해도 과하지 않다.
올해 65번째를 맞은 이 영화제에 참여할 인사들의 화려한 면면은 예년과 다를 바 없다. 이름 만으로도 영화 팬을 당장 극장으로 끌어당길 만한 자력을 지닌 감독들이 초청을 받았다. 칸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이미 손에 쥐어본 감독만 셋이다. 오스트리아의 미카엘 하네케가 '아무르'로, 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사랑에 빠진 누군가처럼'으로 대상에 다시 도전한다. 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루마니아 영화를 세계에 알린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도 '언덕 너머'로 경쟁부문에 올랐다.
화젯거리도 많다. 살아있는 전설이라 할 90세 프랑스 감독으로 2009년 칸영화제 공로상을 받은 알렝 레네도 진객이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의 부활을 알린 '누벨바그'의 상징과도 같은 이 감독은 '당신은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로 황금종려상 경쟁에 뛰어들었다.
캐나다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코스모폴리스'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그의 아들 브랜던은 '안티바이럴'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올랐다. 부자간의 수상 다툼은 피했지만 많은 영화인들의 시샘을 받을 듯하다.
윤여정과 프랑스 명배우 이사벨 위페르의 연기 대결도 흥미롭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에 함께 출연한 두 배우는 또 다른 경쟁부문 진출작 '돈의 맛'(감독 임상수)과 '아무르'에도 각각 출연했다. 각자의 다른 작품과 '다른 나라에서'로, 따로 또 같이 레드 카펫에 서게 된 인연이 특별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특별한 건 역시나 '다른 나라에서'와 '돈의 맛'의 경쟁부문 진출이다. '예선 통과가 뭐 대수냐'는 의견도 있을 만하지만 세계 영화계 별 중의 별이라 할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점이 경이롭다. 두 영화에 밀려 '마지막 황제'로 유명한 베르나르도 베루톨치와 2010년 황금종려상 수상자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등의 신작이 좀 더 한가로운 부문에서 상영하게 됐다. 게다가 21편의 경쟁작 중 아시아 영화는 고작 세 편이다. '다른 나라에서'와 '돈의 맛'이 상을 받게 된다면, 더군다나 황금종려상을 받으면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상황. 그래도 어디 좋은 영화가 감독의 옛 명성으로만 이뤄지나. 5월의 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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