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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장난감은 장난감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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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장난감은 장난감의 이름으로

입력
2012.04.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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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 들렀다가 레고, 라는 놀라운 세상을 만났다. 덴마크의 블록 왕국이란 건 익히 들어 알았으나 연령대 별로, 시리즈 별로 다분히 세분화되어 있는 레고 나라에서 이거 사 달라, 저거 사 달라 떼를 쓰며 드러누운 아이들을 여럿 보자니 뒤늦은 관심이 생겨나지 뭔가.

사실 아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얼마나 탐이 날까. 플라스틱 블록과 미니 피겨 등등을 조합하여 자기가 좋아하는 소방차를 비행기를 기차를 만들어내고 이를 모아 마을도 나라도 천국도 완성할 수 있으니 막말로 얼마나 하고 싶고 갖고 싶을까. 고백건대 나는 단 한 번도 레고 박스를 가져보지 못했다.

목수였던 창업주가 1949년에 조립식 블록 완구를 내놓았다 하니 그 역사가 70년이 넘었다고는 해도 내 어린 시절 레고는 무척이나 값비싼 소유물이라 대중적이지는 않았으니까. 지금 와 그게 아쉬워서 이리 사설이냐고? 불현듯 아빠 생각이 나서다.

산교육이 중요하다며 마당 가득 토끼며 다람쥐며 닭이며 새장 속 앵무새에 어항 속 금붕어까지, 나는 레고는 몰랐으나 아빠의 재미로 살아 있는 생명의 눈동자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와 함께 봄마다 찾은 동물원에서 내가 만난 돌고래는 쇼 잘해서 기특한 녀석이 아니라 쇼 잘해서 불쌍한 녀석이었지. 어른들은 알까, 아이들의 눈동자에 어떤 기억이 추억으로 남아 반짝이는지. 돌고래는 장난감이 아니란 걸 아시는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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