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차량 트렁크에 개를 매단 채 고속도로를 달린 일명 '악마 에쿠스' 사건의 차주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차 트렁크에 개를 매달고 달린 차량의 차주 오모(45)씨에게 동물학대 혐의가 보이지 않아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20일 오후 6시쯤 경기 용인시 신갈동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모임 차 만났고 이 자리에서 사냥개 종류인 비글 한 마리를 선물로 받았다. 오씨는 밤 11시쯤 모임이 끝나 대리기사를 불러 출발하려고 보니 개가 대변을 보고 발로 밟아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 뒷좌석에 태울 수 없었다고 한다. 오씨는 경찰에서 "개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라면박스를 두 번 겹쳐 트렁크 사이에 끼우고 나일론 끈으로 고정해뒀는데 운행 중 개가 트렁크 밖으로 나간 것 같다"며 "동물학대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관계자는 "목격자 진술이 오씨의 주장과 일치하고 오씨가 평소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 주변에서 개, 고양이, 토끼, 닭 등을 사육해 온 점을 봤을 때 학대 성향은 보이지 않아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사랑실천협회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이날 오후 서초서 앞에서 엄중수사를 촉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수사를 맡은 지능팀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관계자는 "동물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는데도 충분한 수사 없이 피의자와 주변 사람들의 진술만 듣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며 "경찰은 애초에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씨가 가수 이효리를 고소키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또 다시 오씨에 대한 비난의 글을 쏟아냈다. 이효리는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지난 22일 트위터에 "같은 인간임이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효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에쿠스 운전자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우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는 글을 남겼다. 이효리는 또 "진심으로 고의가 아닌 실수이길 바라며, 고소하시라 했습니다"고 적었다.
박철현 기자 kar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