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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업 국내 상장 '노크'… 증시에 다시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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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업 국내 상장 '노크'… 증시에 다시 봄바람

입력
2012.04.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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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직원들이 다음달 그리스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경제위기로 치안마저 불안한 그리스에 무슨 사업기회가 있을까 싶지만 바로 그 틈을 노리는 것이다. 정규일 거래소 해외상장유치팀장은 "그리스 국가경제는 망가졌어도 선박은 여전히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최대 산업"이라며 "그리스 선박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은행대출에 많이 의존했는데, 경제위기로 금리가 높아지자 상장 같은 대안을 찾아나서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상장할 마땅한 증권시장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재정위기에 발목 잡힌 유럽 증시는 상장 성공여부가 불투명하고, 그리스 선박업체 20곳 정도가 이미 상장된 미국 증시에선 국가신용도 때문에 푸대접을 받고 있다. 자연스레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 팀장은 "아테네엔 아직 미상장 우량 선박회사가 많아 그리스 증권거래소와 더불어 양국 동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기업들의 국내 상장이 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외국기업 상장 초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 호주 터키 그리스 우즈베키스탄 등 다국적 시장으로 거듭날 차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상장한 해외기업 17곳 중 15개가 중국기업이다.

외국기업 상장은 사실 1년 가까이 개점 휴업상태였다. 지난해 3월 자회사 회계부정으로 1년 넘게 거래가 정지된 중국고섬 사태 이후 중국기업 6곳과 미국, 싱가포르, 일본기업 각 1곳이 상장계획을 접었다. 2010년 7곳이던 해외기업 상장은 지난해 단 2곳(그 중 1곳은 중국고섬 사태 이전)으로 급감했다. 상장요건이 깐깐해지면서 해외기업들의 자존심이 상한데다 한국 증시도 매력을 잃은 탓이다.

다행히 지난해 말 시장이 좋아지면서 기업공개(IPO)시장이 탄력을 받았고, 해외기업들도 국내 증시 입성을 앞두거나 조심스레 다시 타진하고 있다. 거래소와 각 증권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번엔 일본기업들이 선봉에 섰다. 일본 최대 주택담보대출업체인 SBI모기지는 16, 17일 공모 청약을 해 90억원 남짓(1.8대 1)을 모은 뒤, 30일 일본기업으로는 처음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한다. 10개월 만에 외국기업 국내 상장의 물꼬를 튼 셈이다. 계열사인 AXES홀딩스(전자결제서비스업체)도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공모 심사를 받고 있다.

호주 한상(韓商)기업인 여성의류 업체 패스트퓨처브랜즈는 이르면 다음달 상장한다. 가란티은행과 야피크레디은행, 철강회사인 엘데미르 등 터키기업 3곳은 16일 국내에서 기업설명회(IR)을 열고, 우리나라 증시 상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화증권은 자원개발 관련 우즈베키스탄 국영기업들을 상대로 물밑작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관심을 가졌던 브라질기업들은 아직까지 기업탐방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중국고섬 사태로 촉발된 '차이나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중국고섬의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두 번이나 보류하면서 해외기업들, 특히 중국기업들의 눈치보기 현상은 여전하다. 더구나 최근 중국원양자원이 최대주주 거짓 기재 들통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는 바람에 상장을 준비중인 다른 해외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서도 지난해 중국기업 20곳이 상장폐지 됐을 정도로 중국 리스크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중국기업에 대한 심사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나라 우량 기업들에 대해선 순조로운 국내 상장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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