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 3학년인 정모(22)씨는 지난해까지 시급 6,000원짜리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이 경기 수원시에 있어 서울에 있는 학교까지 하루 등ㆍ하교 시간만 4시간 이상 걸렸다. 집도 멀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다 보니 지난 2년 동안 꿈 같은 대학생활은 남의 일만 같았다.
은퇴 후에도 택시운전을 하는 아버지와 휴대폰 부품 공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해온 어머니,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군 입대를 택한 형을 생각하면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매일 파김치가 되는 생활로 학과 공부에도 소홀할 수 밖에 없어 졸업만 할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랬던 그가 신학기가 시작하자마자 그 동안 꿈도 못 꿨던 학회 가입과 함께 건축공모전 참가 신청을 했다. 학교 앞에 자취방도 얻어 과 과제에 대한 밤샘작업도 마음 놓고 한다. 정씨는 "이제야 대학생활을 제대로 하는 가 싶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루 아침에 정씨의 대학생활이 180도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가 서울 시립대생이고 이번 학기부터 반값등록금 혜택을 받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스토리다.
정씨의 이번 학기 등록금은 135만원. 지난해만 해도 270만원의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덕였던 정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학교 장학금까지 챙긴 덕에 이번 학기 등록금으로 27만원만 냈다.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씨는 "등록금 인하로 인해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가족의 부담을 덜게 된 점"이라며 " 저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모습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50일이 지난 요즘 정씨의 생활만 바뀐 게 아니다. 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3학년 김모(22)씨는 "지난 학기만 해도 각자 아르바이트에 공부까지 너무 바빠 동아리 회원들이 모이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 학기엔 일주일에 2, 3번은 모이게 된다"며 "벌써 대여섯명이 가입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이번 학기 들어 동아리나 학회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 반값등록금 지속여부가 불안한지 미리 등록금을 내고 휴학하는 이례적인 일도 속출하는 등 여러 신풍속이 생기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양대 공대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있다는 이모씨는 트위터에 "1년 등록금 1,000만원에 원룸 비용과 생활비까지 보내다 보니 시립대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고 썼다. 지방사립대생이라는 아이디 '@JYHSA'은 "등록금 340만원에 기숙사비까지 합하면 600만원에 달한다"며 "시립대로 편입해서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는 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안진걸 반값등록금운동본부 팀장은 "시립대 사례를 보면 반값등록금 시행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닌데도 정부와 대다수 대학들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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