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이 나 있는 곳에서 2m도 안 떨어진 곳에 건물이 들어서면 저희는 창문을 꽁꽁 다 닫아 걸고 감옥살이처럼 살아야 하나요?"
서울 강동구 길동 H 주상복합건물에 사는 강다은(42)씨는 최근 자신의 집 거실 쪽으로 18층짜리 도시형 생활주택이 들어서면서 사생활 노출은 물론 일조ㆍ조망권 마저 침해 당하고 있다며 격분했다. 이는 현행 건축법상 상업지역내 들어서는 건물에 대해서는 일조권과 조망권에 대한 규정이 없어 건축심의 요건만 갖추면 허가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이래 시 정책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 느끼는 이에 대한 체감온도는 매우 낮다. 시민들의 기본적 거주조건인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을 보호받지 못할 만큼 탁상행정이 실제로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길동의 H 주상복합 건물에 산지 4년째인 강씨는 지난달 집 앞의 5층 건물이 없어지고 18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알고 건물허가를 내준 구청측에 항의했다. 강동구청측은"건축법 상 건물 경계선에서 50㎝씩 1m이상 떨어지기만 하면 허가할 수밖에 없다"며 "상업지역 내 건물이기 때문에 일조권 및 조망권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상업지역 특성상 건물들이 밀집할 수밖에 없고, 일조권이나 조망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현행 건축법을 고려할 때, 이는 건축허가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현행 건축법이 바뀌지 않는 한 시행사측과 피해주민간의 합의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시행사 측은"주민들이 설계변경과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지만 시행사로 선 법적으로 아무런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들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일단 주민이 거주하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문가들은 상업지역 내 주민들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는 법령 미비와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행정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상업지역 내라도 주거시설이 들어서면 일조권 등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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