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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국내 첫 다문화가정 선발/ 결혼이주민 12명 "행원 꿈 이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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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국내 첫 다문화가정 선발/ 결혼이주민 12명 "행원 꿈 이뤘어요"

입력
2012.04.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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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에요, 이웃으로 봐주세요."

IBK기업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뽑은 다문화가정 결혼이주민 출신 행원들의 간곡한 호소다. 최근 기업은행의 결혼이주민 행원 1기 공채에는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2명이 합격했다. 출신국은 베트남(6명), 중국(3명), 네팔(1명), 인도네시아(1명), 필리핀(1명)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앞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지역에서 카드 발급 등 금융상품 안내 및 판매, 통역 등을 담당한다. 최장 2년간 계약직으로 일한 뒤 근무성적에 따라 정규직 전환 등 채용 형태가 결정된다.

이들 중 네팔 출신 박로이(34)씨 등 3명을 지난 20일 인터뷰했다. 이들은 오랜 고생 끝에 번듯한 직장을 얻었지만, 최근 재중동포가 저지른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으로 외국인 혐오증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한 때문인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중함이 가득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당선된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 여성 이자스민(35)씨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것도 이들을 위축시킨 듯했다.

재중동포 엄지유(32)씨는 23일부터 재중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지점에서 행원 업무를 시작한다. 그는 다문화 채용의 수혜자인 동시에 고졸 신화를 이룬 주인공이라 합격의 기쁨이 남다르다. 엄씨는 "10년 전 한국에 왔는데 대학 졸업장도 없고 한국말도 서툰데다 영어도 못하니 일자리라곤 식당밖에 없었다"고 했다. 다행히 식당 주인이 친절하게 대해줘 잘 적응했지만, 공공기관을 떠올리면 속상한 기억이 많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공공기관에서 다문화가정 출신들을 푸대접하는 경우를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외국인등록증 연장 등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갈 일이 많아요. 그런데 문 열기 전부터 줄 서서 기다려도 반나절은 되어야 겨우 상담을 받을 수 있는데, 담당 직원은 어떤 서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설명해주지 않고 서류가 모자라니 돌아가라고만 했어요." 그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조선족 혐오' 분위기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국적과 상관없이 범죄자가 나쁜 것이지, 재중동포 범죄자 몇 명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고 있어 슬퍼요."

서여의도 지점으로 발령 난 박로이씨는 인도의 명문대학인 델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수재. 2001년 인도 여행을 온 한국 여성과 사랑에 빠져 2003년 결혼하고 이듬해 한국에 정착했다. 은행원이 꿈이었지만,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는 8년 동안 네팔 기념품을 팔거나 영어강사,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등을 하며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무역회사와 네팔대사관 등 그럴듯한 직장도 거쳤지만, 안정된 일자리는 아니었다.

박씨는 "외국인이 한국에서 취업하는 건 하늘에서 별 따기에 가깝다"며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결혼이주 남성은 책임감이 더 무거우니 남성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이주 12년째인 필리핀 출신 주부 케네스 델라 크루즈 산갈랑(38)씨는 딸(12)과 아들(6)이 이방인 취급을 받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케네스씨는 "딸 친구의 부모가 아무 이유 없이 같이 못 놀게 하는 것을 보며 속으로 많이 울었다"고 했다. 그는 "다문화가정보다 더 어려운 한국인 가정도 있는 만큼, 한국인과 이방인으로 구분 짓지 말고 누구든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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