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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9> 차국린 서울대 교수 → 방윤규 전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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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부러워하는 과학자] <9> 차국린 서울대 교수 → 방윤규 전남대 교수

입력
2012.04.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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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리(한국명 이평세) 미국 버클리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추천한 ‘모험 과학자’ 차국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이번엔 ‘논문의 은인’이라며 방윤규 전남대 물리학과 교수를 소개한다.

끝내 실리지 못했다. 나와 방윤규(55) 전남대 물리학과 교수가 수년 간 함께 연구한 논문을 2010년 국제학술지 에 보냈다.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런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우리는 초전도 물질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양자 상태를 발견했다. 기존의 주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형태였다.

보통 금속에서 전자는 독립적으로 돌아다니지만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 상태가 되면 2개씩 짝을 이뤄 움직인다. 이를 초전도 양자 상태라고 하는데, 전자 2개가 어떤 구조로 짝을 짓느냐에 따라 양자 상태가 바뀌게 된다.

논문 게재 여부를 심사하는 전문가 집단의 반발이 컸다고 나중에야 들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구나 생각했다. 객관적인 실험 결과로 판단한다 해도 주류 이론을 뒷받침하는 결과, 그러니까 자신이 익숙한 이론, 많은 동료가 연구하는 이론에 손 들어주기 쉽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논문은 같은 해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에 소개됐다. 그리고 5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국제자성(磁性)학술대회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초청도 받았다. 논문이 실린지 2년 지나서야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나는 우리가 발견한 새로운 초전도 양자 상태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 논문이 발표되기까지 방 교수의 도움이 가장 컸다. 2008년경 처음 실험 결과가 나왔을 때 많은 과학자는 실험이 틀렸다고 했다. 지금까지 검증된 이론에 어긋나는데, 그 결과가 옳다고 볼 수 있겠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적어도 내 생각에 실험은 매우 정확하게 잘 됐다. 그러던 차에 방 교수가 실험 결과를 해석할 수 있겠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모두가 옳을 것이라 여기는 주류 이론을 크게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모든 연구에는 대세라는 게 있다. 가령 요즘엔 생물학에서도 유전체(유전자 전체) 분석 연구가 각광을 받는다. 많은 이들이 대세가 되는 연구 분야를 좇는다. 그래야 연구비 따기도 쉽고, 논문 내기도 더 쉬워진다. 혹여 대세와 다른 주장을 했다간 학계에서 바보라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자신의 연구 결과를 대세인 이론에 맞춰 작위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방 교수는 그러한 대세에 녹아 들지 않는 과학자다.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방 교수의 그런 성품 덕에 이번 논문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은인이다.

정리=변태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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