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수 우익 세력의 대표 주자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東京) 도지사가 최근 미국 워싱턴의 강연회에서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일대 섬을 도쿄도가 매입하겠다"고 한 발언을 둘러싸고 일본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냉랭해지고 있다. 이시하라 지사에 이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까지 센카쿠 국유화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양국 사이에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잠잠해질 만하면 등장하는 중일 양국의 센카쿠 갈등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독도 갈등과 묘하게 겹쳐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문제는 실효지배중인 일본과, 부당한 지배를 주장하는 중국의 갈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독도를 둘러싸고 실효지배중인 한국과, 부당한 지배를 주장하는 일본의 갈등과 흡사하다. 한국이 연관되지 않았지만 센카쿠 문제가 한국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독도와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보면 자가당착에 빠져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의 실효지배를 무력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의 국회의원이 독도에서 행사를 하려 하거나, 독도에 시설물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즉각 항의했다. 지배권을 둘러싸고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판가름하자며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겠다고 한다.
외교 공세와 더불어 정작 일본 국내에서는 관심이 덜한 독도 문제를 공론화하는데도 상당한 공을 기울이고 있다.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는가 하면 외교청서, 방위백서 등에서도 독도 영유권 문제를 언급한다. 시마네(島根)현이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을 제정, 일본 영유권을 노골화하는 이면에는 보수 우익 세력과 일본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있다.
그러나 일본의 이런 태도는 센카쿠 열도 문제로 돌아가면 180도 바뀐다. 실효지배 강화를 위해 무인도에 이름을 짓기로 하고, 이시하라 지사의 행동에서 보듯 개인 소유의 섬을 정부가 사들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중국의 해군 함정이나 어선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영해 침범을 주장하며 영해권 밖으로 쫓아낸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에서 취하는 일련의 행동은 한국이 독도를 둘러싸고 취하는 것과 유사하다. 실제로 독도의 실효지배 강화를 위한 한국의 조치를 일본이 센카쿠 열도 문제에 적용하는 사례가 있으며 역으로 중국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벌이는 일련의 조치에는 일본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 무력화를 위해 취한 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결국 일본은 센카쿠 열도와 독도의 영유권을 모두 주장하다 보니 실효지배를 인정해야 한다(센카쿠 열도)는 논리와 실효지배는 무효(독도)라는 모순된 논리에 빠지게 된 것이다.
한 국가가 실효지배중인 영토를 다른 국가가 빼앗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역시 한쪽이 응하지 않으면 재판이 성립되지 않는다. 일본이 아무리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도 독도에 대한 어떠한 권리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일본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독도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우익 세력과 그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동일 수 밖에 없다.
일본이 실리를 얻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이 독도, 중국이 센카쿠 열도에 집착하는 큰 이유는 해저에 묻힌 자원 때문이다. 특히 센카쿠 열도 인근 동중국해에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한국의 독도 실효지배권을 인정한다면, 센카쿠 열도의 실효지배권을 다질 수 있다. 독도의 관할 관리권을 한국이 갖고 대신 독도 근해 어업의 이익을 한일 양국이 나눠 갖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어떤 쪽을 선택할지는 일본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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