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반도체 생산업체 KEC가 노동자 불법파견 사실을 감추려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는 22일 "불법파견 혐의로 고소 당한 KEC가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의 피고소인 조사를 앞두고 대책논의를 한 후 작성한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불법파견 관련 자료를 가진 사람을 현금으로 매수하려는 등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구미지부가 입수한 문건은 KEC의 K 인사과장과 하청업체인 멘토스시스템(MTS)의 J부장이 사측 자문변호사인 C변호사를 만나 대책을 논의한 내용이 담긴 '출장보고서'다.
앞서 금속노조 KEC지회는 지난 2월 "KEC와 하청업체인 MTS가 외형상 도급계약 형태를 띠고 있으나 직접생산공정 업무인 출하업무에 KEC와 MTS의 근로자를 함께 투입하는 등 KEC가 MTS 근로자에 대한 지휘ㆍ명령권을 가지고 있다"며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KEC와 MTS를 불법파견 혐의로 고소했다. 또 MTS의 현 대표가 전 KEC 대표였다는 점에서 MTS를 독자적인 사업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KEC와 MTS는 구미지청의 피고소인 조사를 앞두고 대책 회의를 가졌고, 이를 정리한 '출장보고서'에는 "이 모 과장 건은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음. 단 현금을 줄 때 확인서를 꼭 받고 확인서에 '모든 자료를 반납 받을 것이며 만약 이번 사건이 외부에 노출되었을 경우 지급한 금액은 환급한다'는 내용이 꼭 명시되어야 당사자에게 압박을 줄 수 있음"이라고 돼 있다. 이 보고서에는 ▦노동부 출석 시 면담 주의사항 ▦불법파견관련 중요 질문 ▦불법파견이 아닌 위장도급이라는 판단 시에 대응방향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금속노조 구미지부 측은 "MTS에서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이모 과장이 가지고 있는 불법파견 증거자료를 인멸하기 위해 이 자료를 현금으로 매수하려는 시도"라며 "이를 주문한 사측 C변호사를 윤리강령위반으로 서울지방변호사협회에 징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EC 관계자는 "퇴사한 이모 과장은 직원 교육을 담당해 불법 파견과 관련이 없으며 노조측이 사측의 문건을 어떤 방식으로 입수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KEC는 지난해부터 직장폐쇄와 장기파업, 사측의 어용노조 설립 의혹 및 올 초 사측의 정리해고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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