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과 고연령층의 가계부채가 크게 늘고 '부채의 질'까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부채 증대가 경제의 위협요인으로 등장한 가운데 정책 대응의 중심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새삼 일깨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연소득 2,000만원 미만 계층의 대출 비중은 10.7%에서 14.2%로, 3,000만원 아래는 19.1%에서 24.4%로 급증했다. 양극화 늪이 깊어지면서 저소득층이 생활자금 부족을 대출로 메우고 있고, 소득보다 부채가 더 빨리 늘어나는 바람에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실태가 분명해졌다.
은퇴가 시작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생)가 생활과 창업 자금을 대출에 의존,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를 키우는 실상도 확인됐다.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50세 이상'고연령층'의 비중은 46.4%에 달했다. 2003년 33.2%에서 8년 만에 13.2% 포인트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인구비중 증가치 8% 포인트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고연령층 부채는 이자 부담이 큰 비은행권에서 빠르게 늘어나 부실 우려를 더했다. 50~60세의 대출액은 연소득의 169.2%, 60세 이상은 192.9%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고소득층 비중이 높고,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낮아 대규모 부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그러나 고연령층 의 대출이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된 현실은 낙관론을 제약한다. 이들의 부채는 이미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걸려 이자 부담이 무거운 비은행권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은퇴로 고정소득이 줄고, 자영업도 시원찮아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택 등 자산의 처분이나 축소가 불가피하다. 그런 움직임이 확산돼 자산가격 하락을 부채질하면 언제든 자산디플레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은퇴 후 최소 소득을 보장할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부분적 DTI 완화로 자산의 담보가치를 높이는 등 실질적 금리부담 경감을 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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