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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빙판의 기적'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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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이스하키 '빙판의 기적' 일궜다

입력
2012.04.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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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아이스하키에서 대학생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팀은 소련의 무패 행진에 제동을 걸며 금메달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빙판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이 이변은 두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국 아이스하키가 이뤄낸 성과도'빙판의 기적'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한국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이 폴란드 크리니카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B그룹(3부리그) 대회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국제무대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디비전 1 A그룹 진입, 사상 첫 경사

변선욱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대회 최종전에서 폴란드에 3-2 역전승을 거뒀다. 개최국 폴란드는 리투아니아에 9-0, 루마니아에 10-0 대승을 거두는 등 막강한 전력을 과시해 한국은 상대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피리어드에 두 골을 먼저 내주며 역부족을 절감하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은 놀라운 뒷심으로 3골을 뽑아내며 승부를 뒤집었다. 김원중(안양 한라)이 1피리어드 17분 42초에 만회골을 터트리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신상우(안양 한라)가 2피리어드 5분 52초에 추가골을 얻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화룡점정은 김형준(하이원)이 찍었다. 김형준은 3피리어드 11분 39초에 역전골을 뽑아내며 영웅이 됐다. 한국은 이로써 내년 세계선수권 디비전 1 A그룹(2부 리그)에 승격됐다.

취약한 저변에도 눈부신 성장

아이스하키는 국내에서 저변이 가장 엷은 종목이다. 대표팀의 기반이 되는 실업 팀은 고작 2개, 대학 팀은 5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도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는'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이스하키는 국가간 실력 차가 커서 세계선수권을 6개 그룹으로 나뉘어 치르고 '강등제'를 실시한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2009년까지 디비전 2(3부 리그)와 디비전 1(2부 리그)을 오갔다. 디비전 1에서 1승이 어려웠다.

2010년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디비전 1 선수권 최종전에서 크로아티아를 꺾고 처음으로 강등을 면했고, 지난해 헝가리 대회에서는 승점 4점을 획득하며 동메달을 따냈다. IIHF는 올해 디비전 1을 수준에 따라 A그룹과 B그룹으로 세분했는데 한국은 B그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A그룹 승격의 감격을 안았다. 한국이 A그룹에서 상대해야 할 국가는 일본, 헝가리, 영국 등이다.

취약한 저변에도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배경에는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ALH)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연합 리그인 ALH는 2003년 출범했다. 한국 팀은 리그 출범 초기만 해도 일본 팀에 10골 차로 참패하는 수모를 당했지만 최근에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ALH의 성과가 국제 무대 성적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것이 아이스하키인들의 평가다.

평창 출전까지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당면 과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다. 아이스하키의 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은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 이후 폐지됐다. 2010년(캐나다), 2014년(러시아) 동계 올림픽 주최국은 전통의 아이스하키 강국이라 출전에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실력으로 12개 팀에 주어지는 출전권을 따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최근 "한국 아이스하키가 세계 랭킹 18위 내에 들 경우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평창 대회 출전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디비전 1 B그룹 우승은 열악한 환경에서 거둔 눈부신 성과지만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다. 이제 겨우 3부 리그의 능선을 넘은 것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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