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 우리로 보자면 2012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삼은 '독서의 해'. 책 읽기를 세 끼 밥 먹기로 여기는 입장에서야 기념일이 별스럽겠지만 한편으론 책이 처한 궁핍한 현실의 반영이 아니겠는가.
왜 하필 4월 23일인가 검색했더니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스페인 까딸루냐 지방 축제일인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에서 유래한 데다, 1616년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죽은 날이기도 하다지. 만약 밸런타인데이이고 화이트데이여도 이리 고요했을까.
한두 달 전부터 깊은 산 속 시골 장터 슈퍼에도 별별 초콜릿들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진열되어 있는 데 반해 책 주고받기를 일로 알고 탈로 알고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우리 풍토로 보자면 그 책이란 걸 축제의 산물로 여기기에 아직 갈 길이 먼 듯싶다.
줄도산에 이르는 서점과 출판사, 실업자로 전락하는 편집자가 느는 건 팔리지 않는 책과 사주지 않는 책 때문인 바, 그럼에도 하루 평균 250에서 300종의 신간이 끊임없이 출간됐다 대부분 절판되는 첩첩책중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는지. 나라님은 뭐하시나. 너 읽어라, 가 아니라 나 읽는다, 로 본보기가 되어주실 어른 어디 안 계시려나. '책 드림 날'인데, 그 드림을 'dream'이라고도 쓴다는데, 다른 금배지들은 고사하고 작가 출신의 정치인들은 꿈도 안 꾸나 몰라.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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