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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학교 낙인… 애들 보내지 말라는 건가" 격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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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학교 낙인… 애들 보내지 말라는 건가" 격앙

입력
2012.04.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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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말 화가 나네요. 어떻게 학부모들에게 한마디 묻지도 않고 이렇게 정보를 공개할 수 있나요? 교육계 수장들이 머리를 모아 나온 결정이 겨우 이런 것이라면 정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돕니다."

교육과학기술부 홈페이지에 2012년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공개된 20일 서울 강동구 한 고교생 학부모는 격앙된 목소리로 "누가 이런 경솔한 결정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녀의 학교 학생 중 12%가 응답한 실태조사에서 일진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15%,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6%라는 결과를 받아 든 터였다. 그는 "정말 민감한 학교폭력 자료를 인터넷에 불특정다수에게 공개하면서 어떻게 단 한번의 학부모 의견수렴도 하지 않았는지 믿을 수가 없다"며 "심지어 자료조차 무성의하기 짝이 없는데 이걸 보고 학부모가 무엇을 느끼란 말이냐"고 답답해했다.

서울 K초등학교 부장교사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19일 서울지역 교육청 전체 학교의 결과를 담은 공문을 받았는데 다음주부터 교사들이 보고서 준비, 대책마련에 혼을 쏙 빼게 생겼다"며 "당국이 교사가 학생얼굴을 더 많이 마주볼 수 있도록 교원업무를 경감하고 생활지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 딱 2달 만에 이런 황당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날 학교별 실태조사 자료를 받아본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구체적으로 각 숫자가 어떤 뜻을 지니는지, 신뢰도 및 객관성은 어느 정도인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 이날 학교 학생부장교사를 찾아 자녀의 학교 통계를 살펴봤다는 서울 모 중학교 학부모회장은 "자료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해당학교는 일진피해비율 60%, 피해경험비율 20%를 기록했다. 그는 "아이들이 불량서클에게 당했다는 것인지, 반 친구가 괴롭혔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결과를 학부모들이 받아 들면 막연한 불안감에 빠질 것 같다"며 "학교폭력대책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선생님들과 의논해 상담프로그램 등을 만들어왔는데 각 학교의 노력 정도는 아예 배제한 채 모호한 질문으로 혼란만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다음주 학부모 회의 때 의논해서 오히려 불안감만 조장한 교과부에 민원제기 형식으로 항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적이 이어지자 교과부는 이날 "이번 조사는 실상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라 통계로서의 가치나 객관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며 "다만 회수율 제고, 편의성 제고 등을 위해 조사 방법을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과부 홈페이지는 접속자 폭주로 연결이 일시 지연되는 등 낮 한때 접속장애가 이어졌고,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오후 6시 현재 약 3,600여명이 받아봤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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