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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의 예외…" 고용부 장관의 특별한 주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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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의 예외…" 고용부 장관의 특별한 주례

입력
2012.04.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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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결혼식 주례를 서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던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음달 5일 처음으로 주례를 서게 됐다. 지난주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을 받으면서다. 중학교를 중퇴한 자동차 정비공 출신으로 2002년 자동차 분야의 첫 '대한민국 명장(名匠)'이 된 박병일(55)씨가 석사 학위의 고용부 공무원과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16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아들(27)을 키워 온 박 명장은 2005년 산업포장을 수상하면서 알게 된 고용부의 한 직원으로부터 이은경(49) 고용부 시장분석과 주무관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박 명장은 2008년 첫 만남 후 이 주무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어려운 집안 6남매의 장남이었던 박 명장은 중 1때 학교를 그만두고 열 다섯 살 때부터 서울의 한 버스 정비공장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했다. '공구는 빌려줘도 기술은 빌려주지 마라'는 텃세 탓에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히고 청계천 헌책방에서 산 책으로 밤에 공부를 해야 했다. 국내에 자동차 전자제어 장치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를 연구해 1999년 자동차 급발진 원인을 처음으로 밝혀내는 등 실력을 쌓았다. 명장(2002년) 기능한국인(2006년) 기술사(2008년) 등을 차례로 따 자동차 업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 주무관은 넘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고교 졸업 후 고용부에 입사해 공부를 병행, 고려대에서 통계학 석사까지 딴 베테랑 공무원인 이 주무관은 곱게 자란 외동딸에다 미혼이었다. 3년 동안 다가서지 못한 채 이따금씩 연락만 했던 박 명장과 달리, 이 주무관은 한 방송에 소개된 박 명장의 어려웠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오히려 마음을 굳혔다. 이 주무관은 "학력차 등 객관적인 조건을 떠나 뚜렷한 목표와 철학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서로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해 다음달 5일 결혼식을 올리고 인천에 신접살림을 차리기로 했다.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두 사람은 18K 석 돈짜리 금반지를 만들고 '평생 단 한번의 만남'을 뜻하는 일기일회(一期一會)를 한자로 새겨 넣었다.

하지만 주례만큼은 욕심을 냈다. 박 명장은 "비빌 언덕 하나 없던 나에게 고용부가 명장 기능한국인 등의 제도로 '희망의 언덕'이 돼 줘 오늘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백년해로할 사람까지 만나게 해줬으니 고용부 장관께서 주례를 해주는 것이 최고의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관의 주례는 다른 기능인들에게도 굉장히 큰 희망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동안 '주례를 설 만큼 인생 경륜이 쌓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든 주례 부탁을 거절해 왔던 이 장관은 20일 서울 목동의 한 식당에서 박 명장과 이 주무관을 만난 후 주례를 서기로 결심했다. 이 장관은 "사실은 축하 인사만 하고 주례는 사양하려 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박 명장은 기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산증인으로 삶이 정말 감동적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며 "내 원칙을 깨는 딱 한번의 예외로, 희망을 주는 특별한 주례"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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