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지도 어느 덧 5년이 흘렀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일에 열중해 보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난 듯한데, 한국에서 보낸 지난 5년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퍽 보람 있고 행복한 나날이었음을 느낀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변화된 것은 우선 낯설었던 대전이 이제는 미국의 고향처럼 정겹기만 하다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과 한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는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건강이 놀라보게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인터뷰 때문에 1년 만에 만난 한 기자는 나에게 "1년 전보다 훨씬 젊어졌다"고 놀라면서 인사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에게 "한국의 음식, 특히 김치가 나를 더 젊어지게 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의 이런 마음은 진심이다. 비빔밥, 삼계탕, 불고기, 온갖 종류의 국수들, 그리고 전통주 등의 한식은 세계의 어떤 사람들이든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내 확고한 생각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한식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한식 스타 셰프 양성기관으로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러한 한식의 글로벌화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선 전통한식의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교육이 진행되는데, 외국인에게 한국의 맛이라며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 내에서도 음식경연대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교수와 학생들은 지금도 "엔디컷 총장님! 아직 보여드릴 것이 너무 많아요""라며 즐거운 하소연을 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즐거운 이벤트'가 나는 물론이고 한국의 음식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바로 대전에서 5월 1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2012 대전세계조리사대회'이다. 세계 각국의 요리사들이 모여 총회 모임과 함께 국제요리대회가 펼쳐진다. 나는 먼저 이 행사가 학생들의 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이번에 대전으로 모이는 세계의 요리사들에게 한국의 음식과 전통문화를 선보이고,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꽤 많은 시간을 살아온 만큼 주변사람들이 한식에 대해 묻곤 하는데, 나는 이럴 때마다 항상 고민을 한다.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도 세계 요리사들이 모이는 12일 동안 과연 어떤 것을 선보이면 좋을까 하고 혼자 이것저것을 생각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한식을 매우 사랑하고 한식 셰프를 양성하고 있는 교육자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대전세계조리사대회는 한국의 전통요리를 홍보하고 한국 요리와 그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회가 되기를 마음 속 깊이 바라고 있다. 요리관계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전통한식의 현재를 인식하고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한식으로 자리매김하는 행사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울러 이번 세계조리사대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더욱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함일 뿐 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행사는 요리예술 분야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한 축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다채로운 음식의 경연장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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