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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메시아 콤플렉스' 겪는 나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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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메시아 콤플렉스' 겪는 나꼼수

입력
2012.04.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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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가 처음 방송을 시작한 때는 작년 4월 하순이었다. 다음 주면 정확히 1년이 된다. 김어준, 정봉주, 김용민이 BBK와 서태지·이지아의 이혼소송을 연결해서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누구도 지금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리라 예측하지 못했다. 팟캐스트라는 독특한 형식의 '나꼼수'는 '가카 헌정방송'이라는 풍자와 폭로를 바탕으로 날카롭게 권력을 비판해왔다. '나꼼수'는 형식성과 엄숙주의에서 탈피하면서 거칠고 편향적이지만 저잣거리의 언어로 대중의 공감을 만들어냈고 대안 매체로서 부상했다.

'나꼼수'의 위기는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으로부터 시작됐다. 정 전 의원의 구속은 '나꼼수'가 나름대로 지녔던 화법의 균형을 깨뜨렸다. '나꼼수'의 대화 중에서 상당 부분이 정 전 의원으로 향하면서 비키니 논란을 초래했다. 김어준과 김용민은 비키니 사진을 보내달라고 말하면서 사건이 커져갔다. 그러나 비키니 논란에서 '나꼼수'를 구해낸 사람은 진행자들이 아니라 사진을 정봉주와 미래권력 게시판에 올린 여성이었다. 자신은 개념 없는 여성이 아니며, 자신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항변했기 때문이다.

'나꼼수'에서 통용되는 화법은 언제나 흥미를 자아냈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의 공백이 커지면서 이들의 화법에는 변화가 생겼다. 주진우의 화법이 갖는 강점은 겸손하면서 차분하게 핵심을 찌르는데 있었다. 그러나 주진우의 화법은 점점 김어준을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겸손의 화법을 잃어가는 것이다. 김용민은 정 전 의원의 빈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현오 경찰청장 흉내내기와 '조~X'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의원님이 성욕감퇴제를 복용 중이니 마음껏 비키니 사진을 보내셔도 됩니다"라는 발언으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나꼼수'의 위기는 김용민이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면서 확대됐다. '나꼼수'는 이미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거대한 권력이 됐다. 김용민의 국회의원 출마는 또 다른 권력을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김용민은 출마의 변에서 국회의원이 되어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국회에서 반MB 전선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꼼수'의 대담을 듣다보면, 적지 않은 정보들이 제공되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고, 현재로도 충분히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는 '나꼼수'가 메시아 콤플렉스를 겪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자신들이 우리 사회를 구원할 주연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꼼수'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영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나꼼수'가 1억 피부과와 내곡동 사저 등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서울시장 선거의 결과는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꼼수'는 "씨바, 쫄지마!"라는 추임새를 통해서 자신들이 도덕적 우위에 있음을 강조해왔다. 자신들은 권력을 탐한 것이 아니라, 부도덕한 권력을 비판하고 폭로할 뿐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나꼼수' 스스로 사회적 영향력과 권력에 대한 믿음 속에서 자신들이 가야할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

이번 총선이 끝난 이후, 막말파문 영향력이 민간인 사찰보다 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민주통합당 지지자의 20% 이상이 막말파문 이후 이탈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이 결과를 그대로 해석하면, 김용민은 새누리당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불과 6개월 전 서울시장 선거의 일등공신이었는데, 역설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용민의 막말은 오래 전 비공식적인 매체를 통해서 전달된 것으로 서민의 생활과는 별 관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심판론보다 강력했다는 사실을 '나꼼수'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나꼼수'는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금 '나꼼수'에게 필요한 것은 보수 언론의 프레임으로 자신들이 무너졌다는 상대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냉철한 자기성찰이다. '나꼼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메시아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1년 전 '나꼼수'가 처음 방송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이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훌륭한 조연은 화려한 주연보다 더 아름답다.

주창윤 서울여대 방송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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