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3 그리고 무한/조지 가모프 지음ㆍ김혜원 옮김/김영사 발행ㆍ476쪽ㆍ1만6000원
칼링가 상은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유네스코가 주는 상이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 이론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는 이 책으로 난해한 전문 과학의 세계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 받아 칼링가 상을 탔다. 이제는 일상 용어가 된 '빅뱅'의 이론을 창시한 사람이 바로 그다.
책은 1947년에 쓰여졌다. 반세기도 더 전이지만 여기에서 선보인 용어와 개념은 현대 과학의 기본적 얼개를 구성하고 있다. 위상기하학, 4차원세계, 상대성이론, 원자화학, 핵물리, 엔트로피, 유전자, 진화, 우주론, 우주배경복사…. 자고 나면 신기술과 새 이론이 들어서는 21세기에, 점점 외골수로 치닫는 과학계가 우선 주목해야 할 책이다.
저자는 고도로 이론적이고 정밀한 현대 과학의 내면을 파고들지만, 단서는 어린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호기심의 차원이다. 양피지에 그려진 기호들로부터 해적이 감춰둔 보물의 소재를 파악한다는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황금 벌레> 를 예시하며 정교한 확률ㆍ엔트로피의 법칙으로 유도해 가는 대목('무질서의 법칙')이 좋은 예다. 황금>
염색체 분열 등 생명의 신비 역시 물리학적 원리를 따르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면 한 개의 난자 세포가 형성돼 완전히 발달하기까지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총 분열의 수를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 인간의 몸속에 있는 각 세포가 우리를 존재하게 해 준 첫 난자 세포의 대략 50번째 세대의 구성원"(353쪽)이라는 것.
문제 하나를 내본다. 천문학과 물리학의 성과를 모두 종합하여 "측정"된 광속은 얼마일까. 초당 299.776㎞ 혹은 18만6,300㎞이 그가 제시하는 답이다(근사값임). 왜 한 가지 문제에 답이 두 개인지, 현대 과학의 미스터리가 궁금한 자들은 책을 읽어볼 일이다.
상상력의 날개를 단 소통의 과학, 바로 이 책이 제시하는 놀라운 세계다. 고전에서 동시대 작가에까지 이르는 문학 텍스트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 동시대 첨단 과학이 이뤄낸 성과에 대한 분석 등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원칙은 문자 그대로 하나의 전범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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