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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천재이야기꾼 로알드 달' 위대한 '언어의 마술사' 인생도 불꽃 같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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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천재이야기꾼 로알드 달' 위대한 '언어의 마술사' 인생도 불꽃 같았을까

입력
2012.04.2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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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이야기꾼 로알드 달/도널드 스터록 지음·지혜연 옮김

/다산기획·912쪽·3만8,000원

미국 유력 문학상인 에드거 앨런 포 상을 두 번,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을 세 번 수상했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가 선정한 '전후 최고 작가 50인'에 이름을 올린 일급 단편소설가. 기발한 재치와 상상력으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마틸다> 등 전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은 작품을 쏟아낸 동화작가. 아동 성인문학에서 두루 빼어난 업적을 남긴 영국 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생애를 다룬 평전이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저자 도널드 스터록(51)은 영국 BBC에 재직하던 1985년 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을 계기로 그와 친분을 맺었다. 유족의 의뢰로 2006년부터 전기 집필에 착수한 그는 이 책을 달의 20주기인 2010년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했다. 유족들을 폭넓게 인터뷰하고 편지, 원고 초본, 공책 등 유고 일체를 참고했다는 점에서 로알드 달 공식 전기라고 부를 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달이 생전에 남긴 두 권의 회고록(한 권은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에 대한 스터록의 평가다. "그가 원고를 고치듯 자기 인생 이야기도 고친 것을 알았다. 자신의 삶도 어느 정도 허구로 꾸미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삶을 통제하고 싶었던 것 같다."(23쪽) 이 두툼한 평전은 방대한 근거자료를 동원해 달의 복잡다단한 삶과 다면적인 성격을 자세히 묘사한다.

노르웨이 이민자의 아들로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난 그의 생애는 화려함 그 자체다. 열아홉에 석유회사에 취직한 그는 아프리카 파견 근무 중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현지에서 전투비행 훈련을 받는다. 작전 중 북아프리카 사막에 추락해 중상을 입고 제대한다.(이때 입은 머리 부상이 달에게 글쓰기 욕망을 일으켜 인생 행로를 바꿨을 가능성을 이 책은 신중히 제기한다) 공군 무관으로 미국의 참전을 유도하는 선전 활동을 현지에서 수행하며 루스벨트 대통령을 위시한 권력층과 교류한다. 선전 자료를 만들다가 데뷔작을 쓰고 대번에 작가로 각광 받는다. 본국의 지령을 받고 비밀 첩보 활동을 수행하는 한편, 워싱턴 사교계를 주름잡는 플레이보이가 된다. 귀국 후 할리우드 배우인 퍼트리셔 닐과 결혼해 다섯 자녀를 얻는다. 소설가이자 동화작가로 승승장구한다. 30년 만에 이혼하고 이듬해 재혼한다….

여러 삶을 한꺼번에 산 듯한 인생 역정에서 달은 간추려 설명하기 힘든 다면적 품성을 드러낸다. 미국 근무 시절 작품으로 번 돈 전부를 영국군과 조종사들을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아들과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의 병구완에 헌신하는 모습에서는 고결한 인품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자녀들마저 고개를 저을 만큼 심각한 바람둥이자 떠벌이였고, 말년에는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과 화를 못 참는 성격 탓에 악명을 얻기도 했다. 자기 작품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그의 인생 이야기를 저자는 이렇게 갈무리한다. "그는 마치 불꽃 같았다. 예측 불허이고, 변덕스럽고, 흥미롭다."(818쪽)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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