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유지연 옮김/
타임비즈 발행·384쪽·1만6000원
수십, 수백 대 일의 입사시험 경쟁률을 뚫는 최종관문은 면접이다. 하지만 짧으면 몇 분, 길어야 수십 분의 한두 차례 면접으로 한 사람이 향후 발휘할 능력을 전체적으로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면접은 수행능력을 예측하는 도구로는 형편없는 지표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오죽했으면 유명 대기업이 면접 때 관상가를 동원한다는 소문이 있었겠나.
면접관은 인상이 좋고 말솜씨가 있고 적당한 유머와 여유까지 갖춘 사람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꼭 일을 잘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요즘처럼 취업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는 대개의 구직자들이 갖은 정보로 면접에 대비한다. 결국 인재를 고를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회사는 그냥 인상 좋고 면접 준비 잘 한 사람 뽑아대기 십상이다.
<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 는 우선 그런 기업들을 위한 훌륭한 참고서다. 구글을 비롯해 미국 유명 기업들의 면접 기출문제가 수두룩하니 취업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글로벌 기업에 도전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를 당황케 하는 두뇌 퀴즈들과 책의 거의 절반에 걸친 해답풀이를 읽는 재미만으로도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당신은>
2004년 미 대륙 동서 끝인 하버드 스퀘어와 실리콘밸리 고속도로 주변에 한 광고판이 등장했다. 광고판에는 '자연상수 e를 풀어서 쓸 때 제일 처음 발견되는 열 자리 소수.com'이라고만 큼직하게 써 있었다. 수수께끼 같은 이 광고는 곧 세간에 회자돼 방송까지 탔고, 호기심 많고 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은 너도나도 이 문제풀이에 도전했다.
수학과 떨어져 산지 오래된 사람이라면 얼른 감 잡기조차 힘든 이 문제의 답은 '7427466391'이다. 인터넷주소 창에다 거기에 '.com'을 붙여 컴퓨터 엔터 키를 톡 치면 '레벨Ⅱ에 오신 것을 축하합니다'는 문구가 떴다. 문제를 푼 사람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답을 맞히고 레벨이 올라가는 사람은 갈수록 팍팍 줄어든다. 하지만 준비된 모든 문제를 푼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건 상금 같은 게 아니다. '구글에 이력서를 보내달라'는 초대장이다. 구글이 원하는 것은 오직 '천재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것'이고 실제로 이 광고 덕분에 구글은 순식간에 전직을 원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맨 먼저 머리에 떠올리는 기업이 되었다고 한다.
이쯤에서 이 책의 또 다른 용도를 발견할 수 있다. 세계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의 70%를 장악한 글로벌 기업, 수년 간 브랜드 자산 가치 세계 1위,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구글의 살과 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인재들은 과연 어떤 성향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인가를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구글 같은 성공적인 IT기업이 기업의 역량을 유지ㆍ확대하기 위해 어떤 인재를 충원하고 있느냐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이를 위해 구글 인사부서 담당자들을 인터뷰했고 실제로 구글에 지원했다가 합격했거나 떨어진 사람들을 만났다. 무엇보다 구글의 인재선발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면접시험 문제 그 자체다.
미국의 한 유전회사는 머나먼 유전 생활을 견뎌낼 외향적인 엔지니어를 고르기 위해 1박2일의 채용 여행을 떠나 겉도는 사람을 가려낸다. 한 유통업체는 자사의 암묵적인 드레스코드인 검정 옷, 하이힐, 손목시계를 착용했는지로 말 한 마디 건네지 않고 여성지원자의 90%를 탈락시킨다.
그럼 구글은? 한 변호사가 구글 면접에서 받은 질문은 '악마에게 내 영혼을 파는 계약서를 30분 안에 작성해 메일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았어요. 예고하지 않은 커브를 받아내다 못해 심지어 만끽하고 뜻밖의 일을 처리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던 거예요." 그는 채용되었다.
구글의 문제는 그런 식이다. '모든 부모가 아들을 원하는 나라를 상상해보자. 가정마다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아이를 계속 낳다 아들을 낳으면 아이를 갖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남아 대 여아 비율은 어떻게 될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높이만큼 쌓인 주화를 갖고 있다면 그 모두를 한 방에 들어가게 할 수 있을까' '초침이 있는 아날로그 시계가 생겼다. 시계의 세 침 모두가 겹치는 경우는 하루에 몇 번인가'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질문도 있고, 지식보다는 직관을 동원해야 풀리는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 분석을 통해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구글 같은 기업은 창의력이 넘치지만 그냥 괴짜가 아니라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재선발법을 책으로 소개한 적이 있는 저자가 MS와 비교해 강조하는 것이 있다. '더 간단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구글이 원하는 인재라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올바르지만 쓸모 없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그냥 엔지니어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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