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전성시대다. 줄거리 때문에 스타급 성인배우의 어릴 적 모습이 필요해 이를 대신 연기하는 존재였던 아역배우가 이젠 드라마나 영화의 흥행을 이끄는 어엿한 주연이 됐다.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아역과 성인배우의 연기력뿐 아니라 외모를 비교해보는 것도 시청자나 관객에겐 쏠쏠한 재미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아역배우와 성장한 뒤를 연기하는 성인배우가 별로 닮지 않은 경우를 가끔 만난다. 이런 '미스 캐스팅'이 옥에 티가 될 때도 있다. 최근 인기를 모은 드라마와 영화 속 아역, 성인배우가 얼마나 닮았는지 그랜드성형외과 서일범 원장에게 물어봤다.
서 원장이 성형외과 전문의의 눈으로 이목구비와 얼굴형, 이미지 등을 의학적으로 따져 제일 닮은꼴로 꼽은 배우들은 드라마 '적도의 남자'의 이준혁과 임시완(아역)이다. 일란성쌍둥이를 100%라 했을 때 두 배우의 얼굴은 85% 닮은 것으로 분석했다.
'적남' 닮은꼴 캐스팅 성공
서 원장에 따르면 드라마 방송 초반부터 친형제 같다며 화제를 모았던 이준혁과 임시완은 얼굴 윤곽과 이목구비가 모두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특히 턱 선이 갸름해 날렵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점이 꼭 닮았다. 유독 높은 콧대, 가로와 세로가 다 길어 부리부리한 눈도 공통점이다.
함께 출연하는 엄태웅과 이현우(아역)도 닮은 정도가 75%나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얼굴 윤곽은 다르지만 이목구비가 흡사해서다. 선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자아내는 살짝 처진 눈매, 웃을 때 내려가는 눈꼬리, 둥근 콧방울이 두 배우의 특징이다. '적도의 남자'는 드라마의 인기뿐 아니라 아역과 성인 배우가 의학적으로 얼마나 닮았나 하는 점에서도 성공한 작품이었다.
김수현-여진구 75% 닮아
얼굴 전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좀 달라도 성형학적으로 이목구비가 비슷한 배우들이 나온 드라마는 '해를 품은 달'을 꼽았다. 김수현과 여진구(아역)는 모두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고 뚜렷하다. 가로 길이가 좀 더 긴 눈매, 웃을 때 코 아래 입매의 변화, 도톰한 입술과 두터운 코끝이 두 배우에게서 공통적으로 눈에 띈다.
가채를 쓴 김유정(아역)과 한가인을 비교하면 눈썹과 커다란 눈망울, 오뚝한 콧대, 입 등이 비슷해 70%는 닮은꼴이다. 김유정이 자라 얼굴이 갸름해지고 성숙한 이미지를 낸다면 좀더 비슷한 외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절반만 닮은 한가인-수지
닮은 정도만 고려하면 한가인의 아역으론 수지보다 김유정이 나아 보인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의 아역을 연기한 수지는 입체적이고 볼륨감 있는 얼굴윤곽, 청순하면서도 순수한 이미지가 한가인과 비슷하지만 이목구비의 생김새는 크게 다르다. 한가인이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구적 외모라면 수지는 눈코입이 오목조목한 동양적 외모에 가깝다.
이 영화에서 엄태웅과 이제훈(아역)은 얼핏 보면 전혀 안 닮은 것 같다. 하지만 둘 다 얼굴선이 갸름하고 콧대가 오뚝하며 눈썹이 짙고 두텁다. 쌍꺼풀인 엄태웅과 달리 이제훈은 홑꺼풀임에도 불구하고 눈의 가로세로 폭이 길어 전체적으로 크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도 유사하다. 분석 결과는 한가인-수지(50%)보다 높은 65%다.
동안 유호정-심은경 65%, 온화 한석규-송중기 60%
'적도의 남자' 정도에는 못미치지만 '건축학개론'에 비하면 영화 '써니'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도 닮은꼴 캐스팅에서는 선방한 편이다. '써니'의 유호정은 콧대가 오뚝하고 콧방울이 코끝으로 살짝 올라가 생긴 입체감, 살짝 나온 광대뼈, 갸름한 턱 선 덕분에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바로 이 점이 통통한 얼굴에 눈코입이 오목조목한 심은경의 이미지와 묘하게 겹칠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의 한석규와 송중기(아역)는 사실 이목구비에서 닮은 요소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풍기는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가 세부적인 차이를 가려줄 만큼 비슷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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