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 하나는 넘었다. “혹시 국채 발행이 실패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목표했던 물량을 초과해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환호성이 터지긴커녕 오히려 실망감이 번지면서 국채금리가 다시 뛰었다. 민간 은행들을 동원해 간신히 땜질 처방을 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의 결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스페인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는 25억4,100만유로 규모. 목표 물량(25억유로)을 넘어섰고, 응찰비율도 꽤 높았다. 비록 발행금리가 10년물의 경우 5.743%로 1월 발행금리(5.403%)보다 높긴 했지만, 그래도 물량을 모두 소화한 것만으로도 평가 받을만했다. 빌 블레인 영국 뉴엣지그룹 전략부문장은 “스페인의 국채 발행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이 올해 발행키로 한 국채 물량(86억유로) 가운데 지금까지 절반 가량(42억유로)을 발행했다는 점에서 향후 국채 발행에 대한 부담도 크게 덜었다.
그런데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국채 유통금리는 마지노선이라는 6%에 다시 육박(5.925%)했다. 금세 불신이 다시 번진 것은 국채 매입 주체가 대부분 스페인의 민간은행들이기 때문이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저리 유동성 지원을 받은 민간은행들이 참여해서 응찰률을 높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며 “결국 나라 빚이 은행들에게 전가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앞길도 가시밭길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실이 점점 더 쌓이고 있는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ECB의 추가 유동성 공급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여전히 상당수 투자은행들이 구제금융 가능성을 제기하고는 있지만, 스페인의 규모를 감안할 때 구제금융을 공식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엔 ECB가 구원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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