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최대 계파인 친노(친 노무현 전 대통령)그룹에 맞설 대항 세력으로 손학규 전 대표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연합한 비노(非盧)그룹이 주목 받고 있다. 대선주자인 손 전 대표와 당권주자인 박 최고위원이 연대할 경우 수도권과 호남권을 아우르게 돼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그룹과의 세력 대결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손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17일 오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자 친노 견제 세력이 부상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야권통합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결별했다가 이번에 재회했다. 손 전 대표의 제의로 마련된 자리에서 양측은 일단 관계를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친노그룹의 공천 독식으로 함께 상처를 입은 뒤로 화해를 모색해 왔다. 손 전 대표는 측근인 김재균 의원을 비롯해 자신과 가까운 정치 신인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한 뒤 당 지도부에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또 박 최고위원도 호남 의원 대폭 물갈이에 반발해 '공천 학살'이라고 주장해 왔다. 동병상련이 양측 협력의 출발점인 셈이다.
양측이 연대한다면 대권과 당권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손 전 대표는 호남권 지지 확산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 부산·경남 지역과 친노 세력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 박 최고위원은 비노그룹의 유력한 대선주자를 우군으로 확보함으로써 당권 경쟁에서 유력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다.
여기에 손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한국노총과도 손을 잡을 경우 비노그룹이 친노그룹을 제치고 당내 최대 계파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손 전 대표는 최근 한국노총 위원장인 이용득 최고위원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노총 세력은 전체 대의원 가운데 30%를 할당 받아 '대의원 30%+당원ㆍ일반국민 70%' 비율을 적용해 선출하는 당 대표 경선에서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손 전 대표는 19일 강북구 수유동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지지자들과 만나 "박정희 잔재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각하고 있다"고 말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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